"이게 (정)성룡이에게는 하나의 고비가 될 겁니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김현태 인천 골키퍼 코치가 최근 부진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정성룡(28, 수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골을 허용한 정성룡은 패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정성룡이 비난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반 12분 러시아의 동점골 상황에서 로만 시로코프는 박스 오른쪽으로 침투해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정성룡이 크로스를 처리하려 했지만, 손을 맞고 다리 뒤로 빠지면서 문전에 있던 표도르 스몰로프가 골로 연결했다. 러시아 언론조차 "한국의 골키퍼(정성룡)가 잘못된 위치 선정을 하는 실수를 범했다. 1m 근처에 있던 스몰로프는 쉽게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다"며 정성룡의 실수를 지적했을 정도다.

누구보다 괴로운 것은 본인이다. 정성룡은 경기 후 "가까운 곳에서 크로스가 왔고 내가 부족했다. 첫 실점으로 많이 배웠다"며 이날 실점 장면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이 제1골키퍼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선발로 기용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섞여 있었다. "산이라도 올라가서 마음을 다스려야겠다"는 토로에는 그의 답답함이 묻어났다.
이런 제자의 부진에 대해 대표팀에서 이운재, 정성룡 등을 지도해온 김현태 코치는 아쉬운 마음을 먼저 전했다. 김 코치는 OSEN과 통화에서 "주변에서 자꾸 이야기가 나오니 선수가 위축된 것 같다. 실수는 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집중조명을 받다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잘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실력은 백지 한 장 차이인데, 내가 보기에 지금 성룡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 모든 시선이 자기를 향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라며 정성룡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시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골키퍼는 열 한 명이 뛰는 축구에서도 대단히 특별한 포지션이다. 김 코치는 "혼자 서 있고 또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은 것이 골키퍼라는 포지션이다. 골을 내주고 나면 자책도 많아지고 쉽게 힘들어한다. 그런 부분을 심리적으로 잘 치료해줄 필요가 있다"며 "지금 성룡이가 체력적으로 확 떨어지거나 누가 봐도 몸이 무겁고 둔한 상태는 아니다. 집중력과 마인드의 문제다.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기를 세워줘야 원래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비난 일변도의 분위기에 우려를 표했다.
김 코치는 "김승규(울산)가 잘하고 있어서 비교되고 위축될 수는 있지만 어차피 브라질 가서도 경쟁은 계속된다. 이번에 가기 전에 전화가 왔길래 '좋은 기회다. 승규하고 경쟁하면서 더 분발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아끼는 제자가 부진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 김 코치의 마음도 편할리가 없다. 김 코치는 "본 경기에서 이러는 것보다 평가전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를 거울 삼아 브라질에 가서 잘 할 수 있도록 성룡이가 잘 하기를 바란다"며 "이게 성룡이에게는 하나의 고비가 될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정성룡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