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부담스럽다.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
쓴웃음 속에 담긴 것은 진담 반 농담 반이었다. 전북 현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다음 상대인 부산 아이파크에 대해 껄끄러운 마음을 털어놨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3라운드 전북 현대와 경기서 데얀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16승 10무 9패(승점 58)를 거두며 3위 전북(17승 8무 9패, 승점 59)을 승점 1점차로 바짝 뒤쫓았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부상 변수가 많은 상황이었고 우리가 유리한 경기였다. 홈팬들 앞에서 치르는 홈 두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선수로서 당연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며 "선수들이 시스템 변화에 잘 적응해줘서 고맙다. 이제 세 경기밖에 안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출전권이 확정된 것 아니기 때문에 주말 부산전에 철저히 대비해서 확실하게 따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최 감독은 김진규-김주영-아디를 3백으로 기용하며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이 점에 대해 최 감독은 "홈팬들 앞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팀은 양측면에 좋은 자원들이 있기 때문에 시도해봤다"며 "앞으로 그 시스템을 계속 쓴다기보다 다양하게 가져가고 싶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떤 것이 우리 팀에 맞는 시스템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오늘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전북전 승리로 사실상 ACL 진출권 확보의 9부능선을 넘은 셈이지만, 최 감독은 여전히 방심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부산전까지 홈 경기다.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과 집중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ACL 후유증을 빨리 잊고, 또 3위와 4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최 감독의 그런 각오 뒤에는 다음 상대인 부산의 윤성효 감독에 대한 은근한 껄끄러움도 작용한 듯하다. 최 감독은 윤 감독을 이겨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다들 아시다시피 윤 감독님이 수원에 계실 때 우리 팀을 얼마나 힘들게했나.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뀌었지만, 그래도 항상 머리 속에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있다"며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윤성효 징크스'에 시달린 최 감독의 씁쓸함이 묻어나는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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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