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포항, 외인 없이 완주 눈 앞...황선홍의 지도력에 박수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11.21 07: 13

이제 끝이 서서히 보인다. 각 팀 당 남은 경기는 2~3경기. 어느덧 우승팀의 윤곽도 보이기 시작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도 가려지기 시작했다. 그 중 놀라운 것은 포항 스틸러스의 순위다. 포항은 2위 자리서 선두 울산 현대와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연 포항의 현재 모습을 시즌 전에 예측한 이가 있었을까?
포항의 2013년 시작은 어둡기만 했다. 국내 선수들의 전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외국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팀의 경우 많게는 4명(외국인 3명, 아시아 쿼터 1명)을 선발 명단에 포함한 것과 다르게 포항은 순수 국내 선수로만 11명을 채웠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 같았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현재 개인 기록 순위를 봐도 알 수 있다. 득점 랭킹 10위 중 2위와 3위, 4위, 8위, 9위는 모두 외국인 공격수의 몫이다. 도움 랭킹 10위 안에서도 외국인 선수는 1위와 2위, 6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 포항, 모든 이의 예측 뒤엎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포항은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경기를 몇 차례 소화했다. 특히 중앙 수비는 조란이라는 외국인 수비가 있었음에도 김광석과 김원일로 구축해 경기를 소화했다. 나름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공격진에서는 많은 기대를 받았던 지쿠는 강원으로 떠났고, 아사모아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좋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포항은 시즌 초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포항 돌풍이 얼마나 가겠냐'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 여름의 폭염이 지나면 체력 저하와 함께 순위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포항의 순위는 떨어지지 않았다. 선두권을 지속적으로 맴돌았다. 결국 FA컵 결승전까지 진출한 포항을 지켜본 이들은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은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제 포항은 선두권에서 한 시즌의 완주를 앞두고 있다.
▲ 황선홍, 팀을 하나로 뭉치다
비결은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이다. 쉽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아 '황선대원군'이라는 떨떠름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황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싫었던 것은 아니다. 구단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황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을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황 감독의 불평과 불만은 없었다. 자신부터 팀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은 것이다. 황 감독의 지도 하에 팀은 하나가 됐고, 결국 FA컵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라는 성적을 냈다.
지도력 뿐만이 아니다. 위기 때마다 황 감독의 전술이 빛났다. 순위 다툼이 한창이던 9월 전북과 대결에서는 황진성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자, 과감하게 장점인 중원에서의 짧은 패스 플레이를 버리고 측면 돌파를 선택해 3-0 완승을 이끌었다. 또한 신인 김승대를 기용해 황진성의 공백을 잘 막아냈다. 김승대가 황진성과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음에도 팀에 잘 녹아들게 만들어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 내년에는 아쉬움 없기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포항에 해결사가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포항은 K리그 클래식 최다 득점 2위(59골)를 달리고 있지만, 개인 득점 랭킹을 살펴보면 포항 선수는 9골을 기록한 조찬호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당초 케빈(전북)을 영입해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보강하려던 포항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공격에서 마무리를 지어줄 선수가 없는 만큼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힘이 들기 때문이다.
포항은 지난달 황 감독과 2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2년 연속 FA컵 우승과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쉽지 않은 성과를 낸 만큼 포항은 황 감독을 놓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잡기만 해서는 안된다. 황 감독이 더 큰 무대서 날개를 펼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 황 감독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모든 지원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의 날개가 선수가 없어 펼쳐지지 않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그저 황 감독이 전력 수급 때문에 고개를 떨구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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