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이 사라졌다. 전력도 평준화됐다.
한화의 '국가대표 FA 듀오' 정근우(31)·이용규(28) 동시 영입은 여러가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정근우와 이용규는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선수들이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가 좋고, 뛰는 야구도 할 수 있다. 활용도가 크다"고 기대했다.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전력 상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천적이 사라졌다는 점에서도 한화의 정근우와 이용규 영입 효과는 상당히 크다. 한화는 유독 정근우와 이용규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는 한화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악마 같은 존재였다.

SK 시절 정근우는 한화전 통산 136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153안타 10홈런 54타점 77득점 44도루로 맹활약했다. 상대팀별 타율은 지금 사라진 현대(.324) 다음으로 높은데 경기수가 39경기로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전에서 최고 타율을 기록한 것과 다름없다. 도루는 KIA전(45개) 다음으로 많다.
이용규도 LG·KIA 시절 한화전 통산 144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1홈런 175안타 50타점 104득점 39도루로 펄펄 날았다. 타율-도루 모두 상대팀별 성적을 통틀어 최고 기록을 올리는 등 한화 상대로 유독 더 잘 치고, 잘 뛰며 천적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를 괴롭히던 정근우와 이용규를 이제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팀에는 큰힘이 될 수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KIA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으며 탈꼴찌를 넘어 전력평준화와 함께 순위권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5시즌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2004시즌 후 삼성은 FA 시장에서 거포 심정수와 유격수 박진만을 동시 영입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의 핵심 선수들을 그대로 데려오며 팀 전력 강화와 함께 라이벌 팀 전력 약화를 유도했다.
삼성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심정수와 박진만을 데려오며 천적을 없애고, 현대 전력을 약화시킨 삼성은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현대는 1위에서 7위로 추락하며 역대 두 번째로 전년도 우승팀이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한 케이스가 됐다.
한화의 정근우·이용규 영입으로 인해 SK와 KIA의 전력 약화가 가속회된 반면 한화는 확실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한화발 태풍으로 전력평준화와 함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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