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의 세상이 왔다.
'상속자들'이 경쟁작이었던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이 종영하자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을 모두 흡수한 모습이다. 21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일 방송된 '상속자들'은 전국기준 20.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15.9%)보다 4.7% 포인트 껑충 상승한 수치로, 첫 20%대를 돌파한 대기록이자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특히 이 기록은 18.9%로 종영한 '비밀'보다 높은 시청률이라 더 눈길을 끈다.
이날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는 6.3%의 시청률로 출발했으며,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탑팀'는 5.7%로 나타났다.

'상속자들'은 그동안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크리스탈, 박형식, 강민혁 등 핫한 스타들의 대거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비밀'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10%중반 성적을 유지하며 '비밀'을 바짝 추격했으나 수목극 2인자로 굳은 모습이었다.
'비밀'이 떠나니 상황이 달라도 완전히 달라졌다. 무려 5%포인트 가까이 수직상승하며 20%라는 대기록이 수립됐다. 특히 이 기록이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등 세 배우의 삼각관계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이야기가 이제서야 갈등의 징조를 보이는 만큼 시청자들의 유입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배우들은 캐릭터에 스며든 연기로 주인공 앓이를 양산했다. 배우가 아닌 극중 캐릭터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했을 정도. 이렇듯 각 등장배우 별 팬덤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더 높은 기록을 기대하게 만든 요인이다.
이민호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린시절부터 서자라는 신분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살아온 김탄이라는 인물을 농밀한 감정 연기로 풀어내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김우빈 역시 주인공으로 처음 극을 이끄는 경험을 하는 중이지만 강한 존재감, 아버지에 대한 강한 반항심을 가진 최영도라는 인물에 녹아들어 있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행복한 여인 박신혜는 앞서 출연했던 로코물에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차은상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있다.
크리스탈은 2% 부족한 허당 깍쟁이로, 박형식은 철부지 같지만 계산 없는 해맑은 영혼으로, 강민혁은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로 각각 남녀 시청층을 끌어모으는 중.
'상속자들'을 쓴 김은숙 작가는 '김은숙 마법'이라는 단어까지 만들며 로맨틱 코미디 물에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전작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집필하는 드라마다 마다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고, 여심을 대변하는 연애 세포 생성 드라마로 환영을 받았다. 자기 복제 논란이 있지만 같은 코드를 다른 분위기로 풀어내는 것은 작가만의 장기. 그는 가슴 쫄깃해지는 로맨틱한 장면들과 추임새 하나까지 탄력있게 대사로 만들어내며 몰입을 돕고 있다. 말도 안되는 상황도 김은숙 작가가 쓰면 로맨틱해 진다는 점에서 '김은숙 마법'이라는 말이 생겼다.
20%라는 시청률은 '예쁜 남자'가 첫 방송됐음에도 수립된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작인 '비밀' 역시 5%라는 낮은 시청률에서 시작돼 수목극 1위로 영예롭게 떠났다는 점을 떠올릴 때 '상속자들'이 안심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상속자들'의 인기 행진이 얼마나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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