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이 사랑에 서툰 남자의 가슴앓이를 사실적으로 그리며 몰입을 돕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에서 사랑에 서툰 최영도 역을 맡아 출연 중인 김우빈은 첫 사랑 상대인 박신혜에게마저 외면 당하며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상속자들'에서는 차은상(박신혜 분)에게 돌직구로 거절당한 뒤 비뚤어지는 영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영도는 은상이 아르바이트하는 가게를 2시간이나 통째 빌렸다. 은상과 단 둘이 대화할 시간을 갖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억지로 은상과 마주 앉은 그는 "원하는 게 뭐냐"는 말에 "네 전화는 네가 받는 거. 말 걸면 대답 해주는 거. 눈 마주치면 인사해 주는 거"라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놨다.
하지만 은상은 "네가 나 좋아하는 것도 알겠고 내 비밀 알면서 모르는 척 해주는 것도 알겠어.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네. 네 마음 거절이야. 미안하다"며 실망스러운 답을 내놨다. 상심한 듯한 영도는 "진짜 차였네. 복수해도 되냐"며 "난 이제 너 못 괴롭혀 마음 아파서. 그래서 너 빼고 다 괴롭힐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치하지만 이 말에는 사랑을 받는 것과 주는 것에 서툰 영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폭력이 우선인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란 외로움을 간직한 인물이다. 은상이 좋아졌지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몰라 '잔치국수 타령'을 하고, 괴롭혀서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가졌다. 그렇지만 늘 은상에게는 적대적 감정을 품게 만드는 영도의 처지는 안쓰럽게 표현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미움털 박힌 영도지만 김우빈의 인기는 심상치 않다. 상황에 맞지 않게 쏟아지는 그의 재기발랄한 입담과 반항기 어린 눈빛이 여성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는 것. 묵직한 목소리로 불량스러운 협박을 일삼다가도 은상 앞에서는 은근히 입꼬리에 미소를 물리는 반전 매력도 지니고 있다.
김우빈이 중심에 서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에 가깝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신사의 품격'에서 이종현의 학교 친구 역으로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김우빈은 달라진 위치만큼이나 몰입도 있는 연기로 시선을 끌고 있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불행한 영도지만 연민을 자아내는 눈빛 덕분에 드라마 밖에서는 '핫한' 김우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상속자들'은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을 연이어 성공 시킨 김은숙 작가와 '타짜', '마이더스'를 연출한 강신효 PD가 만드는 작품. 경영상속자, 주식상속자, 명예상속자, 주식상속자 등 부유층 고교생들과 유일한 가난상속자인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청춘 로맨틱 코미디로, 이민호, 박신혜, 김성령, 크리스탈, 최진혁, 이주은, 강하늘, 김지원, 전수진, 박형식, 김우빈, 강민혁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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