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히어로들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세기 지구를 구하던 슈퍼 히어로들은 근육질의 몸매와 초능력, 정의감에 불타는 눈빛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옷만 바꿔입기' 식으로 재생산되는 듯한 분위기였던 히어로 무비들은 21세기에 접어들며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재탄생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소년'들의 활약이다. '해리포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퍼시 잭슨' 시리즈까지 모두 10대 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 순수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새로운 영웅상을 보여준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 운명적으로 선택받은 인물이 전투를 거듭하며 더욱 강인해지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와 절대악을 물리치는 소년의 순수한 의지를 강조했기에 10여년 동안 시리즈를 이어오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의 원형은 성인으로 설정돼 있지만 '어메이징' 시리즈로 접어들면서 고등학생 설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최근 관객들이 반응하고 있는 새로운 영웅상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스파이더맨이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소심한 남자가 선과 악의 경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그보다 더 순수한 열정과 다른 차원의 정의감을 가진 인물로 진화했다. 초능력을 얻게 된 소년이 스스로의 능력 때문에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강한 영웅으로 거듭되는 모습은 '20세기형 히어로의 종식'이라고 부를 만 하다.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한 '엔더스 게임'은 외계종족 '포믹'의 침공 후, 멸망의 위기를 맞은 인류를 위해 선택된 소년 엔더가 2차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최후의 우주전쟁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주인공 엔더는 1977년 탄생한 인물로 무려 36년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기존의 영웅들이 '신의 아들'이거나 '초능력자'였던 것에 반해 비상한 전술 능력과 뛰어난 지능, 거대 전함을 진두자휘하는 카리스마와 두려움까지 이겨내는 순수함으로 무장한 엔더는 장르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이후 유명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원형이 됐다.
20세기형 히어로와 차별화되는 엔더의 가장 큰 매력은 '적을 완벽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적을 완벽히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그만의 철학이다. 이 함축적인 문장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엔더의 강인하고 잔혹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적의 전략을 먼저 읽어내는 그만의 능력을 대변한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