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으나 해외 진출에는 원 소속구단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이적료가 발생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서도 셋업맨급 평가에 검증되지 않은 계투 요원에게 포스팅시스템 금액을 지불할 정도로 가치를 두지는 않는다. 대신 일본 무대에서 자신의 제 실력을 보여준 뒤 좀 더 홀가분한 상태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돌부처 끝판왕’ 오승환(31)은 ‘야생마’ 이상훈(고양 원더스 코치)의 길을 따라 2년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이 이번달 내로 오승환과 계약 성사를 목표로 한다. 오승환 영입에 드는 총액은 무려 9억엔이 될 전망이다. 일본 은 21일 한신이 일본야구기구(NPB)를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오승환 신분조회를 했다고 보도했다. KBO는 지난 20일 일본에서 오승환에 대한 신분조회가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신분조회는 영입 협상 본격화를 의미한다. 은 조만간 나카무라 가즈히로 한신 단장이 한국으로 건너가 이달 중 오승환과 최종적인 계약 성사를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적료 포함해 2년 총액 9억엔(약 95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적료 2억엔에 오승환 본인에게 돌아가는 연봉이 2년 7억엔으로 이는 특급대우다. 일본프로야구 진출 첫 해 한국인 선수로는 2011년 시즌 후 오릭스 버팔로스와 2년 총액 7억엔에 계약한 이대호를 뛰어넘는 최고 몸값. 일본프로야구가 마무리투수를 고평가하는 리그라는 것을 감안해도 매우 파격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부터 윤석민(원 소속 KIA) 그리고 오승환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해외 스카우트들이 많았다. 일본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오승환의 모습을 예의주시했고 대체로 “메이저리그 어느 팀에 가도 셋업맨으로 뛸 만 하며 하위팀에 간다면 당장 마무리로도 나설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빼어난 구위를 갖춘 데다 점차 선수 본인도 변화구 기술을 연마하며 자신이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를 스카우트들에게 알리고 팀의 3년 연속 통합우승도 이끌었다.
그러나 오승환의 해외 진출은 윤석민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윤석민이 FA 자격 9시즌을 모두 채운 반면 오승환은 대졸 선수 FA로서 8시즌을 충족했다. 이 경우 국내 구단과는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하지만 해외 진출 시에는 원 소속 구단인 삼성과 오승환을 노리는 팀의 이적료가 발생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해야 하며 일본 진출 시에는 한일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이적료가 발생한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계투 요원에게 포스팅 금액을 지출할 구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 오승환의 운신 폭을 좁힌 이유다. LG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다 1997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이상훈은 포스팅 공시를 신청했으나 최고 입찰 금액은 60만 달러였다. 그리고 이상훈은 주니치로 선회한 뒤 2년을 뛴 후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도전 정신만 갖고 메이저리그에 덜컥 도전하기는 첫 해 경제적으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 크다. 대한민국 최고 마무리의 보유권인 만큼 삼성의 자존심에도 합당한 금액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자유 이적 FA로 이적한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전 요코하마-시애틀)가 있을 뿐 일본 출신 셋업맨-마무리들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서는 재미를 못 보았다. 2000년대 초반 긴테쓰 마무리였던 오쓰카 아키노리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서는 무입찰 굴욕을 맛보았다. 그리고 오쓰카도 주니치로 이적해 1년을 뛴 뒤 일본 7시즌 경력으로 포스팅시스템에 재도전해 샌디에이고로 이적,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보냈다. 당시 샌디에이고가 주니치에 지급한 금액은 30만 달러로 적은 편이었다.
따라서 오승환은 자신의 몸값 2년 7억엔을 받고 원 소속 삼성 구단이 한신으로부터 이적료 2억엔을 받은 뒤 2시즌을 뛰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직은 빅리그 셋업맨급인 오승환을 포스팅시스템 과정으로 데려오는 것은 껄끄러워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으로 원 소속 구단 한화에 약 280억원의 잭팟을 안긴 류현진(LA 다저스)은 좌완 선발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본 전제는 한신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뒤 2시즌 동안 일본 무대에서 위력을 떨치고 자유의 몸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 구단은 오승환을 제한적 임의탈퇴로 놓아 국내 보유권만을 가질 뿐 임창용(시카고 컵스)의 경우처럼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자유를 놓기 때문이다. 만약 오승환이 한신의 마무리로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니치 셋업맨으로 활약한 뒤 보스턴과의 계약에 성공한 이상훈 그 이상의 계약을 노릴 수 있다. 당장이 아닌 2년 후를 보면 오승환의 진출은 분명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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