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이 오심을 계기로 올 시즌 ‘퇴장 1호’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고양 오리온스는 지난 2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홈팀 서울 SK에게 69-78로 역전패를 당했다. 3쿼터까지 14점을 앞섰던 오리온스는 4쿼터 추격을 허용했다. 그런데 4쿼터 연이어 석연찮은 장면이 나왔다.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주희정이 전태풍의 패스를 가로채는 과정에서 김동욱과 엉켜 넘어졌다. 심판은 속공파울을 선언했다. 김동욱이 거칠게 항의하자 테크니컬 파울도 주어졌다. 이어 종료 4분 25초를 남기고 드리블을 하면서 공격하던 이현민이 왼팔로 변기훈을 밀었다. 변기훈은 그대로 밀려 넘어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최한철 심판은 이현민의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이 때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최 심판은 추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 연속 두 개를 선언하며 퇴장을 명령했다. 64-63으로 앞서던 오리온스는 구심점을 잃고 그대로 무너졌다.
KBL은 21일 오후 전날 경기서 나온 논란의 두 장면이 모두 오심이었음을 인정했다. 이보선 심판위원장은 OSEN과 통화에서 “김동욱의 파울은 속공파울이 아닌 일반파울이 맞다. 비디오를 다시 보니 이현민과 변기훈이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오펜스 파울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며 전날의 판정을 뒤집었다. KBL이 하루 만에 오심을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KBL은 추일승 감독을 퇴장시킨 심판의 판정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이보선 위원장은 “추 감독도 일부 말실수를 했다. 억울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도가 좀 지나쳤다”며 연속 테크니컬 파울에 의한 퇴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프로농구 규정 제12장 파울과 벌칙 중 제82조 실제적 관리와 집행 내 2항을 보면 ‘선수, 헤드코치, 코치, 트레이너의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하여는 최대한 2개까지의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테크니컬 파울의 선언여부는 전적으로 심판의 재량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올 시즌 감독이 심판에게 반말이나 삿대질을 하고도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받지 않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 KCC는 지난 10월 15일 모비스전에서 101-58로 대패를 당했다. KCC가 28-53으로 크게 뒤지던 3쿼터 초반 장민국이 3점슛을 시도할 때 함지훈이 블록슛을 시도했다. 심판은 파울을 불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허재 감독은 “이게 블락이야? 어? 이게 블락이냐고? 마음대로 해. 여기 놀러왔어? 이게 파울 아니야? 이 각도에서? 일로와 얘기를 해. 마음대로 해”라면서 홍기환 심판을 윽박질렀다. 이에 홍 심판은 “이 각도에서는 그렇게 봤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뿐 허재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은 주지 않았다.
허재 감독과 추일승 감독의 엇갈린 판정에 대해 이보선 심판위원장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이전 허재 감독 건 이후 심판들에게 누차 교육을 해서 앞으로 그런 장면이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를 했다. 판정을 보다 엄격하게 하기로 합의한 와중에 추 감독 일이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비슷한 장면이지만 판정기준이 미묘하게 달랐다는 말이다.
시즌 중 규칙적용에 변화가 있다면 KBL은 공식으로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알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KBL은 이번 테크니컬 파울적용 강화에 대한 내용을 10개 구단 감독들에게 정식으로 통보한 사실이 없다. 추일승 감독은 오심으로 인해 승리할 기회를 놓치고 ‘올 시즌 퇴장 1호 감독’이란 불명예까지 뒤집어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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