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 쳐도 빛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통해 강해졌다. 절박함으로 무장했고 그만큼 노력한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팀 전체가 성숙해진 KGC인삼공사가 시즌 초반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판도는 ‘혼전’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절대강자가 없다. 지난 시즌 우승팀 IBK기업은행의 압도적인 힘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혼전을 만들어낸 주역 중 하나가 바로 인삼공사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선전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3승 1패(승점 9점)으로 IBK기업은행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변화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30경기를 치르면서 단 5번 이기는 데 그쳤다. 승점은 15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4경기 만에 지난 시즌 전체 승점의 절반 이상을 따냈다. 경기력에 힘이 붙으면서 자신감도 강해지고 있다. 선수들의 얼굴 표정도 밝다. 그러나 그 밝음 속에는 비장함과 절박함이 숨어있다. 달라진 인삼공사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다.

지난 시즌은 모든 것이 풀리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몬타뇨의 이적, 그리고 장소연 한유미 등 ‘언니’들의 은퇴로 전력이 약해졌다. 주전 세터 한수지는 수술 여파로 휴업했다. 주전 네 명이 한꺼번에 빠져 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선수 수혈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데려온 선수가 적응을 못해 나간 일도 있었고 또 다시 데려온 선수는 기량 미달이었다. 국내 선수들로 버텨야 했다. 큰 공격을 해줄 선수가 없으니 한계가 뚜렷했다.
우승팀이 꼴찌까지 미끄러졌다. 선수들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어둠의 시기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더 이상 언니들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주 공격수 중 하나인 백목화는 “작년에 꼴찌하고 연패할 때 기반을 다진 것 같다. 그것이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진단한 뒤 “어차피 내려갈 곳이 없었다. 열심히 하는 것, 재밌게 하는 것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야간훈련도 늘어났다. 단순히 훈련 시간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꼴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선수들의 몸부림이 이어졌다. 백목화는 “작년보다 야간훈련도 많이 했고 더 집중해서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련을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선수들도 성장해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려 있었던 백목화와 이연주는 공격수로서의 책임감을 되찾았다. 주전 선수들에 밀려 벤치를 지켰던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전력보강은 날개가 됐다. 시즌 전 도로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재은과 이보람이 팀 전력에 소금이 되고 있다. “선수들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라며 오프시즌을 떠올린 이성희 인삼공사 감독은 “이보람의 영입으로 높이가 보강됐다”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외국인 선수 조이스의 기량도 수준급이다. 백목화는 “수비만 하면 조이스가 다 뚫어주니까 부담감이 줄어들었다”고 미소지었다.
노력은 투지로 이어진다. 이성희 인삼공사 감독은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코트에서 한을 풀어내는 것 같다. 오히려 꼴찌를 해 선수들이 더 절박하게 준비를 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한 때 여자부 역대 최다연패인 20연패를 당하며 쌓였던 울분을 올 시즌 떨쳐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삼공사가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올 시즌 여자부 판도의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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