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조송화(20, 흥국생명)의 어깨에는 보호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아직 “어깨가 좋지 않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 어깨에 흥국생명의 올 시즌이 달려있다. 20살 세터는 여전히 좌충우돌이지만 그 가운데 희망도 엿보인다.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세터였던 베테랑 김사니가 해외로 진출했다. 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세터 포지션이 비었다. 그렇다고 대안이 뚜렷한 것도 아니었다. 난감한 공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연 부각되는 선수가 조송화였다. 프로 3년차의 선수에게 팀 경기 운영의 모든 것을 맡겼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조송화는 경기를 치를수록 성장하며 류화석 흥국생명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고 있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은 조송화다. 일신여상 시절부터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았던 세터였다. 하지만 프로의 험난한 세계에서는 아직 신입생에 불과하다. 조송화도 “정신이 없다”라고 웃었다. 그래도 과감성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흥국생명의 희망도 그만큼 커진다.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도 조송화의 재기가 빛났다. 많은 공격수들을 활용하는 볼배급을 선보이며 팀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조송화에서 김혜진으로 이어지는 빠른 중앙 속공은 현대건설의 높은 블로킹벽을 뚫어낸 가장 큰 무기였다. 조송화는 “연습할 때부터 라이트 공격을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전에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이 돋보였다.
아직 어깨 상태는 좋지 않다. 스스로는 “시즌 끝까지 안고 가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는 점수도 70점 정도다. 나머지 30점은 더 노력해 채워 넣겠다고 다짐했다. 조송화는 “연습할 때 (부상 때문에) 많이 참가를 하지 못한다. 빨리 완쾌해서 공격수들과 더 정확히 맞추는 연습을 한 뒤 경기 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인정받는 세터가 되고 싶다”고 살며시 미소지었다. “매일매일 울고 있다”라는 이 어린 세터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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