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男' 산이, 어떻게 음원 강자가 됐나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1.22 10: 17

래퍼 산이가 지난 21일 발표한 신곡 '이별식탁'으로 멜론, 엠넷 등 주요 음원차트 2위에 안착, 연이은 히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아는 사람 얘기'로 2주나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며 가요계를 깜짝 놀라게 한지 3개월만에 또 한번 차트 공략에 성공하면서 산이 특유의 흥행 코드가 있다는 분석이다.
메인스트림에선 아직 이름과 얼굴이 생소한 래퍼 산이가 다소 '쉽게' 들리는 힙합곡으로 차트 정상에 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풀이.

산이의 노래는 사랑에 서툰 20대 남자의 '찌질한' 감성을 매우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별, 만남, 설렘, 외로움 등의 일반적인 감성을 그려온 그동안의 노래와 달리, 매우 상세한 상황 설정과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가사로 눈길을 잡아끈다.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라이머 대표는 "산이의 곡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구체적인 한 장면이 상세하게 떠오를만큼 스토리텔링이 강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다른 힙합곡보다 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앨범 '낫 베이스드 온 더 트루 스토리(`Not` Based On The True Story)'도 한편의 영화처럼 스토리가 연결된다. 지영이라는 전여자친구, 지영이가 선택한 새 남자인 치과의사 등의 설정이 여러 곡에 걸쳐 쭉 이어지면서 마치 진짜 실제 스토리 같은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가 실화인지는 산이만 알 수 있는 부분.
인트로에선 성공을 거둔 산이가 전 여자친구로부터 음성메시지를 받고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스토리는 점점 뒤로 전개되는데, 2번 트랙 '더 불행했으면 좋겠다'선 전여자친구에게 저주를 퍼붓고, 3번 트랙 '전여자친구에게'선 치과 의사와 결혼을 선택한 여자친구에게 배신당하는 과정을 일기 콘셉트로 그려냈다.
4번 '지영이 어머니'에선 자신과의 교제를 반대하는 여자친구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5번 '어디서 잤어'에선 여자친구를 의심하는 내용, 6번 '이별식탁'에선 거리가 멀어진 여자친구와 겨우 식사 자리를 마련한 상황을 그려냈다.
찌질함은 이 모든 노래를 관통하는 코드다. 산이는 전여자친구의 남편에게 찾아가 전여자친구와의 과거를 폭로할까 고심하고('전여자친구에게'), 자신을 싫어하는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 편하게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 묻고('지영이 어머니'), 전여자친구에게 새로 생긴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한다.('이별 식탁') 이는 또래 남성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힙합을 잘 몰라도 이 가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산이의 발성과 관계 있다. 라이머 대표는 "가사만 들어도 쉽게 그림이 그려지는 스토리를, 화려하진 않지만 누구나 금방 알아들을 수 있는 또렷한 발음과 쉬운 랩으로 풀어내 좀 더 가깝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산이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른스러운 척 흉내를 내도 다 드러나는 거니까. 현재 내 일상을 자연스럽고 이야기 하듯이 노래에 녹여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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