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이란 없다. 끊임없는 변화 그리고 도전만 있을 뿐. 현역 은퇴의 기로에 설 만큼 벼랑 끝 위기에서 에이스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32).
2004년 정규 시즌 MVP와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동시 석권하는 등 우완 빅3 가운데 한 명이었던 배영수는 2007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보기 위해 알몸으로 섀도 피칭(수건이나 대나무 등을 손에 들고 투구자세를 떠올리며 허공을 가르는 훈련)을 하거나 야구공 대신 핸드볼 공을 던지며 감각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배영수는 좌타자를 상대로 좋은 승부를 펼치기 위해 투구판을 1루 쪽으로 밟고 던졌다. 오른손 투수가 투구판의 1루쪽을 밟으면 좌타자의 바깥쪽 및 우타자 몸쪽 승부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너클볼을 구사하기도 했다. "40살까지 야구해보기 위해서 던졌다"는 게 그의 설명. 배영수는 올 시즌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등극하며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배영수는 "올 시즌을 치르며 많은 시도를 해봤고 많이 느꼈다. 이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잡을 수 있었다"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직구 스피드 향상과 몸쪽 승부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건 가장 큰 소득. 반면 변화구 구사 능력 보완은 풀어야 할 과제다.
배영수는 "올 시즌 직구 스피드와 몸쪽 승부는 좋아졌다"며 "하지만 직구보다 변화구를 던져 안타를 많이 맞았다. 아무래도 너무 쉽게 잡으려고 들어가다 맞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덕분에 야구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올해 많이 맞았으니 내년에 더 나아질 것"이라며 "직구가 좋아진 건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진정한 승부다. 겨우내 열심히 준비하며 그 승부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 토박이 배영수는 "정말 수고했다"는 팬들의 한 마디에 큰 힘을 얻는단다. "어딜 가든 다 반겨주시며 '올해 정말 수고했다', '이제 아프면 안된다' 등 가족처럼 챙겨주셨다.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최고의 행복이다".
한편 배영수는 이달 중 일본 돗토리현 월드윙 트레이닝 센터에서 개인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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