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헐리웃 액션 난무’ 프로농구, 사후징계 강화해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1.22 10: 17

심판을 속이려는 선수들의 눈치싸움이 프로농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 오심과 헐리웃 액션이 날려버린 명승부
지난 20일 오후 7시 고양 오리온스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홈팀 서울 SK와 만났다. SK의 홈경기 27연승 여부가 걸린 중요한 한판이었다. 그런데 4쿼터 나온 헐리웃액션과 오심이 명승부를 망쳤다.

경기종료 4분 25초를 남기고 드리블을 하면서 공격하던 이현민이 왼팔로 변기훈을 밀었다. 변기훈은 그대로 밀려 넘어졌다. 187cm/84kg의 변기훈이 178cm/76kg의 단신가드 이현민과의 몸싸움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변기훈은 몸싸움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현민이 변기훈의 발을 밟긴 했지만 변기훈이 큰 액션으로 파울을 유발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최한철 심판은 이현민의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이 때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 심판은 추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 연속 두 개를 선언하며 퇴장을 명령했다. 64-63으로 앞서던 오리온스는 구심점을 잃고 69-78로 무너졌다.
다음 날 KBL은 이례적으로 즉각 오심을 인정했다. 이보선 심판위원장은 “비디오를 다시 봤다. 이현민과 변기훈의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오펜스파울은 아니었다. 오심이 맞다. 변기훈의 액션이 과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KBL이 오심을 인정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오리온스는 오심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SK 역시 ‘심판 덕에 연승기록을 달성했다’는 찝찝함이 남았다. 추일승 감독은 ‘시즌 1호 퇴장’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오심을 한 심판 역시 큰 상처를 받았다. 농구팬들은 각종 게시판에 변기훈과 심판의 잘못을 성토하며 아직도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였다.
▲ 헐리웃 액션 사후징계 강화해야 한다
헐리웃 액션을 하는 선수는 비단 변기훈 뿐만이 아니다. 프로선수들은 ‘헐리웃 액션’을 일종의 파울을 유도하는 기술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각 팀의 웬만한 선수들은 작은 접촉에도 시도 때도 없이 목을 꺾거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순진했던 신인선수조차 시즌 중반만 되면 똑같이 변한다. 장수 외국선수들도 어느새 헐리웃 액션의 달인이 다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대표선수들도 국제대회만 나가면 작은 접촉에도 심판 먼저 쳐다본다. 몸싸움에 관대한 국제농구연맹(FIBA) 심판이 응석을 받아줄 리가 없다. 최근 FIBA는 몸싸움에 관대한 추세다. 헐리웃 액션은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선수들도 할 말은 있다. 너도 나도 액션이 크다보니 정직하게 플레이하면 심판들이 파울을 불어주지 않는다는 것. 지난 시즌 헐리웃 액션으로 문제가 됐던 한 선수는 “나도 모르게 파울을 당하면 액션이 커지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심판들이 선수들을 이렇게 길들여온 탓도 크다. 또 헐리웃 액션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고, 사후징계도 약했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헐리웃 액션을 양성해온 것이다.
 
프로농구 규칙 제12장 파울과 벌칙 중 제79조에 시뮬레이션 액션 일명 ‘헐리웃 액션’에 대한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경기 중 상대선수의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여 심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경기종료 후 비디오 분석을 통하여 확인되는 경우 해당선수에게 시뮬레이션 액션에 대한 20만 원의 벌과금이 부과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프로농구 평균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것을 감안할 때 제재의 의미가 크지 않은 액수다.
몸싸움이 거친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헐리웃 액션은 문제가 됐다. 이에 NBA는 지난 시즌 헐리웃 액션 사후제재 규칙(Anti Flopping Rule)을 도입했다. 비디오판독 팀이 사후에 헐리웃 액션을 적발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경고에 그치지만 경고가 4회 누적되면 3만 달러(약 318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6차례 경고를 받으면 출전금지까지 내려진다. NBA는 사례별로 헐리웃 액션의 영상을 확보해 선수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지난 시즌 NBA에서 총 24명이 헐리웃 액션으로 사후 적발됐다. 그 중 14명의 선수들이 2차례 지적을 받아 각각 5000 달러(약 531만 원)의 벌금을 냈다. NBA는 플레이오프에서 벌금과 규칙을 더 강화했다. 또 적발된 선수의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줬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KBL은 지난 시즌 SK 대 모비스의 챔프 2차전 종료직전 결정적 터치아웃 오심을 범해 경기를 망친 전력이 있다. 중계방송에 명백하게 잡힌 장면을 심판은 보지 않고 지나쳤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헐리웃 액션으로 인한 오심도 중요한 경기에서 다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KBL이 이번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아있는 팬들도 프로농구에 모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jasonseo34@osen.co.kr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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