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를 지켜라’라는 모토 아래 베테랑이 배제되었다. 그 중에는 나이만 다소 많을 뿐 즉시 전력감 외야수도 있었고 뼛조각 수술 후 재활 중이던 제구 투수도 포함되었다. 여기에 당당한 체구를 지닌 신예 좌완도 뺏겼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5명을 빼앗긴 두산 베어스의 2차 드래프트는 단순하게 안위할 수 없는 결과로 나왔다.
두산은 2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제2회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 5명의 선수를 빼앗기고 3명을 수혈했다. 우완 김상현(33)이 1라운드 3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데 이어 좌완 이혜천(34)이 1라운드 4순위로 NC에 지명되었다. 그리고 1라운드 8순위에서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7)이 LG의 선택을 받았고 우완 서동환(27)이 2라운드 1순위로 삼성에 지명되었다. 마지막으로 1년차 좌완 정혁진(19)이 LG 3라운드 지명자가 되었다.
대신 1라운드에서 SK 좌완 허준혁(23)을 데려왔고 2라운드서는 오른손 장타자 최영진(25), 3라운드서 롯데 내야수 양종민(23)을 영입했다. 지명도로 봤을 때 두산 쪽의 이득보다 손해가 좀 더 많아 보인다. 두꺼운 야수층을 갖춘 만큼 두산은 이들을 모두 지키고자 했고 결국 베테랑들이 연달아 타 팀의 지명을 받은 것, 1라운드에서만 두산 출신 세 명이 이적하는 것이 눈에 띈다.

당초 두산의 40인 명단 외 선수들에 대해 말이 많았다. 두산 타선을 대표하고 리그 최고 우타자 중 한 명이던 프랜차이즈 거포였으나 팀워크 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를 받은 ‘두목곰’ 김동주, 올 시즌 부상 등으로 인해 슬럼프를 겪은 투수진 맏형 김선우, 왕년의 주전 2루수 고영민 등의 보호선수 명단 제외 설이 먼저 퍼져나갔다. 관심은 과거 팀을 지탱했던 스타 플레이어 베테랑들에게 쏠렸으나 정작 타 팀의 레이더망은 임재철, 이혜천, 김상현에게 꽂혔다. 허허실실에 당한 두산이다.
이혜천의 경우는 FA 계약 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산 구단에서도 미련을 놓았던 케이스. 그러나 임재철은 아직도 경기력에서 웬만한 1군 외야수 못지않음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줬고 김상현도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 구위가 저하되었을 뿐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춰 롱릴리프로서 가치를 지닌 투수다. 결국 이들이 시장에 나오길 염두에 두고 있던 LG와 KIA의 선택을 피하지 못했다. LG는 정의윤과 함께 임재철을 가세시키며 우타 외야수 한 명을 추가했고 KIA는 선발-셋업맨 사이를 이어줄 롱릴리프 요원을 찾았다.
서동환의 경우도 좋은 구위를 갖췄으나 10년 가까이 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던 만큼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오히려 부메랑이 될 만한 부분은 좌완 정혁진의 이적. 정혁진은 지난해 드래프트서 1순위 김인태, 2순위 이우성에 이어 3순위로 뽑힌 좌완이다. 천안 북일고 시절 정혁진은 우완 오버핸드 윤형배(NC), 사이드암 송주영(두산)과 함께 주축 투수로 뛰던 좌완. 최고 구속은 138km 가량에 그쳤으나 190cm의 당당한 체구를 지니고 있어 성장 가능성에서 3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였으나 허무하게 빼앗겼다. LG가 두산의 약점인 좌완 투수진에서 좋은 유망주를 뽑아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두산이 선택한 세 명의 선수도 안 좋은 픽은 아니다. 허준혁은 2008년 휘문고 재학 시절 서울팀 1차 지명 후보로도 꼽혔던 좌완이며 최영진은 LG가 기대했던 오른손 장타자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최형록, 경찰청 복무 중인 유민상과 함께 우타 1루수 요원으로 앞으로 기대를 모을 만 한 타자다. 3라운드 양종민은 롯데 시절 김민성(넥센)과 비슷한 스타일의 좋은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 두산이 보유 중인 좌완, 내야수 유망주들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갖췄다고 보기는 힘든 지명이다.
결과는 다음 시즌 그리고 그 다음 시즌에 나온다. 그러나 두산 입장에서 치명타가 될 만한 부분은 임재철, 김상현, 정혁진을 타 팀에 내준 것이다. 그리고 이혜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경문 감독, 최일언 투수코치가 재직 중인 NC에서 선수가 부활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명도가 높은 선수들의 보호선수 제외로 시선을 돌리려 했던 두산은 성동격서에 실패했고 허허실실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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