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점 소녀' 신지현, 4연패 감독도 웃게 만든 배짱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11.23 06: 59

"니가 담력이 세?"(조동기 감독)
"네!"(신지현)
"그래 그 자세 좋다."(조동기 감독)

개막 4연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사령탑에게는 죽을 맛이다. 시즌 우승이든 준우승이든 1승부터 하고 나서 목표를 내세워야 하는데 소위 '눈도 뜨지 못한' 상태라니. 그런 현실을 맞닥뜨린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이다. 하지만 잠시지만 웃을 수 있었다. 바로 팀 막내 신지현(18)의 두둑한 때문이다.
조 감독 이끄는 하나외환은 2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의 2013-2014시즌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50-63으로 완패했다. 1쿼터 기선을 내준 후 제대로 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경기 전 지난 20일 다 이긴 경기였던 삼성생명(61-70 패)과의 경기를 복기하면서 "잠이 오면 인간이 아니다. 진 첫날은 죽을 것 같았다"면서도 "오늘은 잘하겠지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시즌 첫 승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던 조 감독이었다.
경기에 패한 감독은 승장보다 일찍 들어와 짧막한 멘트만 남기고 퇴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조 감독은 신지현과 동행했다.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이례적으로 패한 날에도 선수와 함께 공식 인터뷰장에 모습을 드러낸 조 감독이었다.
신지현은 이날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경기종료 2분40초를 남기고 김보미와 교체돼 코트를 밟았다. 신지현은 3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자유투 4개를 림에 꽂아 4득점했다. 3점슛은 1개 시도했으나 빗나갔다. 사실상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관심을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지현은 여자농구계에서 주목받는 신인이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 출중한 기량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여자농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예비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이날 비록 자유투에 의한 득점이었지만 실수 없이 제 몫을 해냈다는 점에서 프로 데뷔전으로는 합격점을 받았다.
신지현은 지난 6일 열린 2013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외환 유니폼을 입었다. 선일여고 출신 신지현은 173cm의 키에 17세 이하(U-17) 및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출신의 득점력 좋은 가드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신지현은 지난 1월 열린 WKBL총재배 전국여자중고농구 8강 결선에서 홀로 61점을 퍼부은 바 있다. 1경기 61득점은 중고농구연맹이 전산집계를 시작한 이후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 이후 신지현은 '61득점 소녀'로 불리며 '한국여자농구의 희망'으로까지 떠올랐다.
조 감독도 신지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싫지는 않은 모양. 이날 경 기 전 "2라운드부터 1분 정도씩 뛰게 하면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으나 갑작스럽게 신지현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수비 연습도 더 하고 패턴 숙지도 되고 나서 내보냈어야 했다"면서도 "점수차가 난 것도 있고 어떻게 하나 볼려고 투입했다"고 밝혔다.
또 조 감독은 이날 신지현의 활약에 대해 "턴오버 없이 경기를 끝냈고 자유투는 보기 좋았다"면서 "포인트 가드가 취약하니까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대답, 앞으로 신지현의 기용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직 고등학교 신분인 신지현은 '데뷔전인데 떨리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감독님이 나가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뛰었다. 다음에는 박빙의 상황에서 나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말을 들은 조 감독은 옆자리에 앉은 신지현에게 "담력이 세?"라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신지현은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이 "네"라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고 그런 신지현에게 조 감독은 "그래 그런 자세 좋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신지현은 목표에 대해 "(김)지현이 언니 혼자 가드를 보고 있는 만큼 도움이 되고 싶다"라면서 "상대가 프레스를 가하면서 붙을 때 안전하게 상대진영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 소박하지만 제 임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4연패를 당해 머리가 복잡한 조 감독도 배짱 두둑한 18세 소녀의 당찬 답변 하나하나에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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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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