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가 숱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주요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시한부 판정, 막장 시집살이 등 작품 내부적인 문제 뿐 아니라 최근에 일어난 연장 논란 등 외부적 문제들까지 논란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했던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비판에도 소통을 포기한 듯 꼼짝하지 않는 모양새다.
23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오로라 공주'는 전국기준 1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1일 방송분(16.9%) 보다 0.5%포인트 상승한 기록이자, 지난 20일 찍었던 자체최고시청률과 동률인 성적이다.

아무리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지만, ‘오로라 공주’의 행보는 좀 심한 편이었다. 방송 초반에는 조금 독특하긴 해도 대기업 고명딸 오로라(전소민 분)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오창석 분)의 만남을 그리며 신선함을 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오로라의 세 오빠 역을 맡은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가 드라마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부터 드라마의 내용은 균형을 잃은 채 오로라와 황마마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초반의 기획 의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후의 이야기는 대다수가 알고 있는 대로다. 오로라의 앞에는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설설희(서하준 분)가 나타났고, 황마마는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겠다는 협박(?)으로 오로라와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전 오로라를 떠받들고 살 줄 알았던 누나들은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오로라를 따돌렸다. 현재 오로라는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황마마와 이혼, 혈액암 판정을 받은 설설희에게 찾아가 청혼을 한 상태다.
드라마의 내용만 독특한 것이였다면, 막장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는 드라마의 내용이 그랬던 것 못지 않게 외부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방송 초반 오로라의 세 오빠들과 시누이들이 갑작스럽게 하차한 데 이어 오로라의 어머니 사임당(서우림 분), 박사공(김정도 분)의 어머니 왕여옥(임예진 분)을 포함해 총 11명의 캐릭터가 죽음을 맞이했다. 계획된 절차대로 하차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일들이 방송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한다는 임성한 작가의 전횡으로 벌어진 것은 아닌지 의혹이 쏟아져나왔었다.
뿐만 아니라 임성한 작가의 조카로 알려진 노다지 역의 백옥담의 분량이 늘어난 것, 25회 연장설로 불거진 시청자들의 연장 반대 서명 운동 등 '오로라 공주'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MBC와 제작진은 이에 대해 어떤 대응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묵묵부답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배우의 하차에 대해 설명하는 정도가 다다. 심지어 '오로라 공주'는 미리보기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지원하고,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와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드라마에 대해 홍보하려는 보통 드라마들의 행보와는 다르다. 결국 이 모든 것의 뒤에 '오로라 공주'에서 주인공 보다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임성한 작가와 이를 묵인하는 제작진과 방송사가 있다고 풀이한다면 지나친 일일까.
여러 비판을 받을 지언정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날이 갈수록 엉뚱하게 튀는 기막힌 전개와 끊임없는 논란에도 '오로라 공주'는 변함없이 다음달 20일 무사히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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