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삼성, 통 큰 결단으로 모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23 14: 28

오승환(31)이 한신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는다. 조건은 아주 좋다. 이렇게 대우를 받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친정팀 삼성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돈 계산이 판을 치는 최근 프로야구 흐름에서 의미가 있는 행보다.
삼성은 22일 오후 오승환과 한신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시종일관 오승환을 향해 러브콜을 날렸던 한신은 2년간 계약금 2억 엔, 연봉 3억 엔, 연간 인센티브 5000만 엔, 이적로 5000만 엔을 포함해 총액 9억5000만 엔(약 100억 원)을 제시하며 결국 도장을 이끌어냈다. 연봉 3억 엔은 2011년 말 이대호가 오릭스로 진출할 당시의 연봉(2억5000만 엔)을 뛰어 넘는 거액이다. 일본프로야구 전체를 따져도 연봉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금액이다.
이처럼 높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향후 입지와도 연관이 있다. 거액 계약은 한신이 오승환을 대체 불가능한 팀의 마무리로 낙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탄한 팀 내 입지와 전폭적인 지지는 손쉬운 적응을 돕는 환경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신이 삼성에 지불한 이적료 5000만 엔이다. 생각보다 낮은 금액이다. 협상이 손쉽게 풀렸던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한 때 일본 언론들은 한신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적료가 협상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이적료도 협상의 한 부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오승환에게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적료가 높아지면 오승환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삼성이 많은 이적료를 원했다면 개인 협상이 틀어질 수도 있었던 구조였던 것이다. 일 언론도 이를 우려했다.
하지만 삼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 삼성은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동의할 당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다. 구단이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공언했다. 그리고 아시아시리즈 종료를 전후해 한신과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했고 5000만 엔이라는 상징적인 이적료에 고개를 끄떡였다. 사실상 이적료는 구색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1000만 엔이라고 해도 선수에게 도움이 된다면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삼성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프로는 비즈니스다. 아무리 통 크게 선수를 내보내준다고 하더라도 경제 논리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구단의 자존심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구단보다는 오승환의 사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큰 결단을 내리며 협상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오승환도 협상 마무리 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친정팀 삼성라이온즈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친정팀에 대한 정을 드러냈다. 떠날 때, 양자가 모두 웃었다. 인연은 그렇게 이어진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