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전 봄에 일어났던 승부조작의 아찔한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e스포츠에 다시 한 번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소위 '대리왕'으로 불리면서 LOL 1000년간 영구정지를 당했던 '압도' 정상길이 속했던 팀 다크가 8분만에 경기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져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오프라인 본선부터 '압도' 정상길의 팀으로 관심을 받았던 다크는 보통 40분 이상 걸리는 LOL 경기에서 8분 24초라는 역대 최단시간으로 경기를 패하면서 도마위에 올랐다.
팀다크는 23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판도라TV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윈터 2013-2014 16강 삼성 오존과 C조 풀리그 경기서 0-2 완패를 당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지만 내용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특히 문제는 2세트. 팀다크는 경기의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금지 단계부터 팬들을 우롱하면서 출발했다. 정상적인 선택금지 아닌 한글 정렬순서대로 챔피언을 금지시키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의 선택한 챔피언은 스카너, 아무무, 마오카이, 쉔, 트런들 등 정글 전용 챔피언들을 선택하면서 사실상 시작부터 승부할 의사가 없음을 표현했다.

경기 내용은 더욱 가관이었다. 시작부터 상대방에게 킬을 내주는 일명 '돌을 던지는' 플레이를 주저하지 않았고,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는 아이템은 모두 팔아버린 상태에서 시야를 확보하는 '와드'를 구입하면서 경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결국 삼성 오존이 8분 24초 만에 팀다크의 본진을 공략하면서 경기를 끝내자 '롤갤' 'PGR21' 등 LOL 커뮤니티와 롤챔스 중계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겁잡을 수 없는 비난 여론이 일어났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모습도 기가 찼다. 팀다크는 경기 부스안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음에도 휴대폰을 조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더욱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너무 도가 지나치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경기를 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3년전 승부조작의 악몽이 떠오른다" "져주기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저렇게 할 수 없다. 불법 배팅이 의심된다" 등 비난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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