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데프콘 허무 콩트, 무도판 런닝맨 피했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1.24 07: 40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다소 허무한 콩트로 추격전을 마무리하면서 비슷한 구성의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을 꾀는데 성공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추격전이라는 구성을 도입한 원조프로그램이지만, 매주 추격전만 펼치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이 구성 복제의 딜레마를 교묘하게 피해갔다. 바로 앞뒤가 없고 맥없었던 콩트가 큰 역할을 했다.
‘무한도전’은 지난 23일 관상 특집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왕게임의 두 번째 이야기를 방송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관상 전문가의 조언 하에 조선시대 신분을 부여받았다. 이후 조선시대 상황극을 펼치다가 시간 이동을 해서 2013년 서울로 건너와 신분쟁탈전을 벌이며 왕게임을 하는 구성을 띠었다. 신분을 부여받고 왕게임을 통해 신분을 뺏고 빼앗는 경기를 하고 마무리하기까지 3주간의 시간이 걸렸다. 단순한 상황극과 추격전을 통해 3주 동안 방송할 수 있는 ‘무한도전’의 탄탄한 이야기 전개가 가진 힘이다.
상황극과 추격전을 섞은 ‘무한도전’은 마지막 순간에는 상황극으로 마무리됐다. 바로 최종 우승자이자 왕으로 등극한 정준하의 지시 하에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기계 작동 오류로 조선에 있던 ‘대북곤’ 데프콘이 서울로 건너온다는 어이 없는 설정으로 마친 것. 멤버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어색한 연기를 하면서 ‘무한도전’은 일주일 후를 기약했다.

이 장면은 어떻게 보면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서로의 신분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달려들었던 멤버들을 흥미롭게 지켜본 시청자들을 맥 빠지게 할 수 있었다. 기껏 우승해서 왕의 자리를 굳건히 했는데 조선으로 못 돌아간다는 설정은 헛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아쉬운 가득한 시선을 예상한 듯 자막에 ‘시답지 않은 콩트만 남긴 채 물거품이 된 조선행’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시간 이동 실패로 추격전이 종결되는 마무리는 2008년 방송된 경주 보물 찾기 특집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제작진은 하루 종일 찾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보물이 ‘촬영 끝’이라는 것을 알려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추격전의 허무한 결론이 ‘무한도전’다운 선택이자 어떻게 보면 전통인 것. 죽어라고 달려들며 서로를 물고 뜯는 과정의 종착점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무한도전’의 방송 방향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동시에 밀폐된 건물에서 추격전 마무리를 장식한 까닭에 ‘런닝맨’을 떠올리게 했던 막바지 대결을 보완하는 장치기도 했다. ‘런닝맨’은 주로 유명 복합 쇼핑몰 등 폐쇄된 공간에서 멤버들이 추격전을 펼치는 구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주로 야외에서 뛰어다니는 ‘무한도전’ 추격전이었기에 막판 유명 복합 쇼핑몰, 그것도 이미 ‘런닝맨’에서 활용했던 장소에서 맹렬히 박을 치고 다니는 멤버들의 모습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있던 ‘대북곤’ 데프콘이 시간 이동을 해서 멤버들 앞에 나타나며 끝이 난 이날 왕게임은 ‘무도판 런닝맨’을 볼 뻔한 시청자들에게 조금 뒤틀린 재미를 안긴 것은 분명했다. 여기에 이곳저곳 등장하지 않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추격전에서 맛깔 진행을 한 카메오 데프콘의 활약은 웃음의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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