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과 이소연의 가상 결혼 세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자신들을 진짜 연인으로 보는 대중의 시선과 서로에 대한 진심이 헷갈리게 시작한 것. 이 같은 혼란은 오히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 4’(이하 ‘우결4’)의 진정성을 높이는 처방전으로 활용되고 있다.
윤한과 이소연은 지난 23일 방송된 ‘우결4’에서 웨딩화보를 촬영했다. 시종일관 다정하게 웨딩 촬영을 하던 이들은 윤한의 친구들이 가세하며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더욱 알게 됐다. 윤한이 여자들 앞에서 자신의 멋진 몸을 자랑하는 보통의 남자라는 사실과 이소연이 나오는 드라마를 챙겨보며 평소에도 애정을 드러낸다는 속내는 두 사람을 조금 더 가까이 가게 만들었다.
여기에 웨딩 화보 촬영 후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진심은 시청자들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이소연은 “사람들이 우리 둘 사이를 너무 진지하게 봐서 혼란스럽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윤한 역시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혼란스럽다. 이소연 씨에 대한 모든 감정이 진짜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게 진짜인데 가상 결혼이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이소연도 제작진에게 “윤한 씨가 점점 좋아지는데 윤한 씨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해서 다행이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의 대화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어찌 보면 뻔뻔하고 무모할 정도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시작하는 ‘우결4’이 아니던가. 그런데 촬영을 할수록 점점 진지하게 서로를 생각하게 돼서 고민이라는 이들의 고백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윤한과 이소연의 고백은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정도로 서로가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며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자꾸만 가상 세계가 무너지고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어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며, 상대 출연자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일지 걱정했다는 이소연의 말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게 했다.
결혼 적령기인 윤한과 이소연은 첫 시작부터 그 어느 가상부부보다 조심스러웠고 더디게 친밀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다가도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진심이 가득한 가상 결혼생활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요인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상 결혼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큰 틀을 제외하고 출연자들의 대화와 표정을 통해 이야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상과 현실을 오고가는 흥미가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미리 짜여 있는 구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될 정도(그리고 어느 정도 그런 의심이 수긍이 갈 정도)로 가상과 현실을 오고간다는 것은 위태로운 구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미 수년간의 방송을 통해 출연자들이 대본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게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인 셈이다. 가상이라고 해도 서로를 대하는 진심을 얼마나 흡인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우결4’는 태민과 손나은의 미공개 영상이 공개된 후 욕설 논란과 대본 논란에 휩싸이며 지난 해 오연서와 이장우 스캔들 이후로 다시 한번 위기에 놓였다. 제작진이 대본 논란에 일축하며 진화에 나서며 일단락될 분위기지만 한번 발생한 상처는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윤한과 이소연의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애매모호한 관계가 이 프로그램을 탄탄하게 뒷받침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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