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액션은 결국 선수들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김진 LG 감독이 최근 불거진 프로농구선수들의 ‘헐리웃 액션’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김 감독은 23일 고양 오리온스 원정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소신론을 펼쳤다.
오리온스는 지난 20일 서울 SK전 4쿼터 막판에 두 개의 결정적 오심이 선언되면서 경기를 망쳤다. 특히 최한철 주심은 변기훈의 헐리웃 액션에 속아 이현민에게 공격자 파울을 선언하는 오심을 범했다. 이에 흥분한 추일승 감독이 강하게 항의하다 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퇴장을 당했다. 이는 승부의 물줄기를 바꾼 계기가 됐다.

결국 KBL은 21일 KBL은 심판평가위원회를 열어 오심을 인정하고 주심 최한철 심판 및 1부심 홍기환 심판에게 각각 2주 출전 정지, 2부심 김백규 심판에게 1주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변기훈의 플레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프로농구 판에서 헐리웃 액션은 만성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범하는 선수들은 파울을 유발하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며, 심판이 휘슬을 불어주는 한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헐리웃 액션에 대해 김진 감독은 “하면 안 된다. 우리 선수 때는 넘어지면 ‘어딜 코트에 누워있냐?’며 지도자들이 호통을 쳤다. 헐리웃 액션을 하라고 일부러 가르치는 지도자는 없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헐리웃 액션의 부작용에 대해 “국제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FIBA에서는 명백한 오펜스파울 상황에서도 수비자가 과도한 액션을 취하면 오히려 수비자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준다. 국제대회는 몸싸움에 관대하다. 하지만 KBL은 너무 접촉에 예민하다. KBL에 익숙해진 선수는 국제대회 나가서 적응을 못한다. KBL 전체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에 동메달을 안긴 유재학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의견도 같았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유 감독은 “선수들이 몸싸움에서 밀려 도저히 골밑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더라.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몸에서 밀리는 것은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KBL은 조금만 신체접촉이 있어도 파울을 준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몸싸움을 기피하고 심판을 속여 파울을 얻는 더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된다.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도 몸으로 상대를 제압할 줄 아는 선수가 거의 없다. KBL이 세계농구 흐름에 역행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연약하게 선수들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나 유로리그를 인터넷을 통해 안방에서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농구팬들의 경기 보는 안목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헐리웃 액션이 만연하는 국내리그는 농구팬들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다. 또 이렇게 길들여진 선수들을 데리고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SK 대 오리온스전에서 결정적 오심이 발생한지 5일이 지났다. 하지만 KBL은 심판징계만 발표했을 뿐 헐리웃 액션에 대해 아직까지도 뚜렷한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헐리웃 액션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바로 문제점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을 KBL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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