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주전 수문장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전쟁, 그 2라운드 공이 울렸다.
정성룡(28, 수원)과 김승규(24, 울산)가 리그에서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김승규의 판정승. 정성룡과 김승규는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8라운드 경기에 나란히 소속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나섰다. A매치데이 기간이 끝나고 팀으로 복귀한 후 처음으로 맞붙는 상대가 서로라는 사실이 참으로 공교로운 맞대결이었다.
단적으로 보자면 결과는 울산의 2-1 승리이자 김승규의 판정승이었다. 스코어뿐만 아니라 노도같이 몰아친 수원의 초반 공세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장점인 반사신경과 반응속도를 보여준 김승규는 전반 11분 산토스와 1대1 상황에서 슈팅을 막아내며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반면 정성룡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서정원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인정했듯 수원의 수비가 흔들린 것이 문제였다. 센터백 민상기와 곽희주의 호흡이 맞지 않아 뒷공간이 자꾸 열리면서 정성룡은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전반 16분 울산의 역습 상황에서 김승용이 올려준 크로스를 강민수가 헤딩으로 밀어넣은 것이 그대로 골이 됐다. 여기에 전반 추가시간 김성환과 하피냐가 2대1 패스로 수원의 뒷공간을 열고 들어왔고, 막으러 달려드는 정성룡을 피해 그대로 김성환이 골을 성공시켰다. 이날 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이었다. 두 장면 모두 수비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지만, 골을 내준 정성룡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김승규도 위기를 맞았다. 전반 34분 염기훈의 오른발 슈팅에 반사적으로 손을 가져다댔지만 오히려 이 슈팅이 김승규의 손을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간 것. 1-1 동점을 만드는 골이었지만, 김승규는 이후 염기훈의 슈팅을 다시 한 번 막아내며 추가골을 내주지 않고 안정감을 보였다.
경기 후 김승규는 "감독님께서 대표팀 소집이 없기 때문에 소속팀 경기로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남은 두 경기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승규의 말처럼 대표팀 경기가 없는 상황에서 선수를 가늠하는 잣대는 리그일 수밖에 없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판정패를 당했을지언정, 정성룡이 위축되지 말고 남은 두 경기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야하는 이유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