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했다."
정혁(27)의 한 방이 전북 현대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정혁은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서 후반 9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정혁의 득점포에 18승 8무 10패(승점 62)를 기록한 전북은 남은 3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확정지었다. 5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K리그 사상 처음이다. 또한 통산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횟수가 K리그 최다인 8회가 되게 됐다.

정혁의 득점포는 소중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3연패를 당하며 흔들렸던 전북을 구해낸 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혁의 시즌 2호골. 정혁은 서포터즈석 앞에서 성공시킨 골에 신났다. 하지만 화려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조용히 팬들 앞으로 가 손을 흔들었을 뿐이다. 바로 친정팀 인천을 상대로 비수를 꽂았기 때문이었다.
정혁은 "서포터즈 앞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리를 하고 싶었다. 부산전에서 첫 골을 넣었지만 그 때는 상대 서포터즈 앞이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정팀인 인천전이었다. 그래도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앞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정혁의 팬사랑은 전북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친정팀인 인천의 팬들도 잊지 않았다. 정혁은 경기를 마친 후 인천 팬들이 모인 S석 앞까지 다가가 허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를 건넸다. 고마움의 진심이 담긴 인사였다. 정혁의 행동에 몇몇 이들은 그냥 경기장을 떠났지만, 대부분의 인천 팬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정혁은 "뭉클했다"고 짧으면서도 많은 것이 담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인천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뛴 팀을 상대로 골을 넣게 돼 뭉클해졌다"며 "경기를 할 때에는 3연패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달려 있는 탓에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전반전에는 경기력이 좋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커 잘 몰랐는데, 경기 후 감정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정혁의 활약에 패배를 당한 인천 선수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패배의 아쉬움도 컸지만 전 동료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정혁은 "(설)기현이형이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고 하셨다.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경기 전에도 (정)인환이형과 (이)규로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혼자 나갔는데, 그래도 출전해서 보기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좋은 모습을 보인 정혁이지만, 이번 시즌 자신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부상 때문. 정혁은 5월 11일 전남 원정에서 1도움을 올리는 등 활약했지만 팔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두 달여를 쉬었다.
이에 대해 정혁은 "전반기에 AFC 챔피언스리그를 힘들게 뛰면서 조별리그를 통과했는데, 전남전에서 부상을 당해 좋지 않게 됐다. 이후 팀 성적도 좋지 않았고, 부상자도 계속 나오고 AFC 챔피언스리그도 탈락하게 돼 모든 분께 죄송스러웠다. 특히 감독님이 복귀하기 전에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났어야 했는데 죄송할 따름이었다"고 답했다.
그만큼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욕심이 강했다. 내년 출전에서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혁은 "올해 죽음의 조에서 힘든 경기를 했지만, 강팀들을 상대로 경험을 한 만큼 첫 경험치고는 괜찮았다고 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우승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에 앞서 올해 달성하고픈 목표도 있다. 바로 최종전인 FC 서울전에서 완승을 거두는 것이다. 정혁은 "지난 20일 서울 원정에서 크게 졌다. 마지막 홈경기서 갚아주고 싶다. 너무 분하고 어이없게 졌다. 마지막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만큼 유종의 미로 3위를 확정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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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