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전 데뷔골’ 김보경에게서 박지성이 보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1.25 03: 03

드디어 고대하던 김보경(24)의 첫 골이 터졌다. 그것도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터졌다.
카디프 시티는 25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에서 추가시간 터진 김보경의 천금같은 헤딩 동점포에 힘입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2-2로 비겼다.
후보명단에 포함된 김보경은 후반 32분 조던 머치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길어야 15분 남짓 밖에 자신을 증명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김보경은 추가시간 1분 프리킥 찬스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헤딩으로 데뷔골을 뽑았다. 4만 여 관중들이 일제히 포효하면서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카디프 시티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고, 맨유가 남색 유니폼을 입었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등번호 13번을 단 동양인 선수가 맨유를 침몰시켰다. 맨유팬들은 마치 박지성이 유니폼을 바꿔 입고 자신들을 상대로 골을 넣은 듯한 착각을 일으켰을 법하다. 큰 무대서 강팀을 상대로 골을 터트린 김보경의 맹활약은 전성기 맨유시절 박지성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골을 터트린 후 김보경은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간 소속팀과 국가대표팀 주전경쟁에서 밀렸던 설움을 한 방에 날린 골이었다. 승리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데이빗 모예스 맨유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표정은 소위 ‘멘붕’(멘탈붕괴)였다. 그만큼 김보경이 터트린 골이 한 골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날 김보경은 박지성이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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