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침착하던 김보경(24)도 데뷔골 앞에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카디프 시티는 25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에서 추가시간 터진 김보경의 천금같은 헤딩 동점포에 힘입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2-2로 비겼다.
웨인 루니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카디프 시티는 프레이저 캠벨이 만회골을 넣었다. 하지만 전반 종료직전 에브라에게 두 번째 실점을 했다. 카디프 시티는 후반 막판까지 뒤져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이 때 후반 32분 투입된 김보경이 추가시간 프리킥에 의한 헤딩 동점골을 터트려 다 죽어가던 팀을 살렸다.

골이 터진 후 김보경은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상의를 벗어 흔든 김보경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면서 흥분을 만끽했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김보경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세리머니를 했다. 중계카메라를 지켜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4만여 명의 관중들도 덩달아 흥분했다. 엄청난 함성으로 경기장이 떠나갈 듯 했다. 카디프 시티가 이렇게 흥분한 것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EPL승격이 확정됐을 때,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를 3-2로 잡았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반면 일격을 당한 맨유는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이날 맨유가 이겼다면 승점 23점으로 아스날, 리버풀, 첼시에 이어 리그 4위로 뛰어오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보경의 한 방이 맨유를 침몰시켰다. 맨유는 마치 역전패를 당한 분위기였다. 데이빗 모예스 감독은 결국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개를 떨궜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마치 현역시절처럼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모든 것이 김보경의 한 방이 이뤄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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