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후지카와의 길 따라갈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25 10: 57

오승환(31)의 새 둥지가 결정됐다. 일본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다. 오승환의 활약상에 일본 열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임자’ 후지카와 규지(33)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일본에서의 성적, 그리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이라는 두 가지 모두 오승환의 각오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2일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오승환이 한신과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미 오승환에 대한 끝없는 구애를 펼쳤던 한신은 2년 총액 9억 엔(약 94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제시했다. 연봉만 3억 엔(약 31억 원), 계약금이 2억 엔(약 21억 원)이다. 5000만 엔(약 5억2000만 원)의 연간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삼성에 지급한 이적료 5000만 엔은 별도다.
연봉 3억 엔은 올 시즌을 기준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액이다. 올해 마무리 부재로 고전했던 한신이 오승환 영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오승환이 한신의 뒷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한국 최고 마무리로서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배번은 22번이다. 올해 시카고 컵스로 진출한 후지카와 규지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달았던 등번호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신은 오승환이 후지카와처럼 팀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후지카와는 2000년 팀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총 220세이브를 기록하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2007년 46세이브, 2011년 41세이브 등 두 번이나 40세이브 고지를 넘기며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하나로 활약했다.
후지카와는 이런 호성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시카고 컵스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후지카와를 영입했다. 2년 총액 950만 달러(약 100억 원)의 조건이었다. 불펜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후한 대우였다. 오승환도 이 길을 따라갈 수 있다. 한신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오승환의 나이는 만 33세가 된다. 후지카와가 미국으로 진출했던 나이와 거의 비슷하다. 충분히 대우를 받으며 미국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류현진(LA 다저스)의 성공으로 한국프로야구를 보는 메이저리그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은 일본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한다. 일본에서 성공한 투수는 미국에 와도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진출의 꿈을 잠시 접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오승환이 2년간 한신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미국으로 갈 수 있다.
결국 앞으로 2년이 관건이다.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전망은 긍정적이다. 오승환은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고 한신 또한 오승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거액의 베팅이 이를 증명한다. 마무리 보직에 무혈입성이 예상된다.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미국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일본이 적응에 수월하다. ‘끝판대장’이 일본이라는 중간 스테이지를 넘기고 다음 스테이지로 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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