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1)의 행선지는 한신 타이거즈로 결정됐다. 하지만 또 하나의 거물이 남아있다. 이대호(31)다. 일본 잔류와 미국 진출을 놓고 팬들의 흥미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났다. 2년간 오릭스의 4번 타자로 든든한 활약을 펼쳤던 이대호였다. 오릭스가 연장 계약을 위해 노력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오릭스의 제시액이 성에 차지 않았다. 한국에 들어와 개인훈련과 몇몇 행사 참여를 병행하고 있는 이대호는 22일 “분명한 건 오릭스와의 재계약은 무산됐다”라고 확인했다.
오릭스는 이대호에게 3년 총액 최고 12억 엔(약 126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를 거부했다. 시장에 나가면 충분히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일본 언론에서는 4번 보강을 노리는 소프트뱅크가 이대호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3년 14억 엔(약 147억 원)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흘러나온다.

일본 내 잔류 방침을 굳힌다면 차기 행선지는 소프트뱅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팀들은 이대호 영입과 관련된 움직임이 없다.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대호는 아직 어떤 긍정도, 어떤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했다. 미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대호는 “미국 진출과 일본 잔류 가능성은 50대50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실이다. 2년간 뛰었던 곳이라 적응도 필요 없다. 대우를 받으며 야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전성기에 이른 이대호의 도전 정신을 불타오르게 할 유일의 무대다. 이대호는 “어디든 자신있다. 자신있게 내 야구를 할 수 있다”라며 MLB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아직 시간은 있다. 포스팅 절차 등이 필요 없는 이대호는 자신을 원하는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헐값에 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관계자는 “암묵적인 주전 보장 등 일본에서 누렸던 혜택을 모두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일본프로야구에서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연봉이 일본에 비해 많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이대호의 의지 문제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대호도 다음달 새로운 에이전트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일본 내 이적만 생각한다면 꼭 그럴 이유는 없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연 이대호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어느 쪽이든 세간의 큰 화제를 불러 모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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