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많은 팀이었다. 팀 사정 때문에 선수들의 가슴에는 여기저기 멍이 들었다. 그랬던 선수들이 이제 코트에서 승리를 통해 울분을 떨치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우리카드가 그렇게 새살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카드는 2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3-2로 이겼다. 외국인 선수 루니가 빠진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춘 한국전력을 꺾었다. 모든 선수들이 주역이었다. 최홍석이 25점을 올리며 주포 몫을 했고 중앙의 신영석은 18점을 보탰다. 13점을 올린 안준찬은 75%의 리시브 정확도를 선보이며 살림꾼의 면모를 선보였다.
이로써 우리카드는 1라운드를 4승 2패(승점 11점)로 마무리했다. 순위는 4위다. 하지만 선두 삼성화재(승점 14점)와의 승점차는 3점, 2위 현대캐피탈(승점 12점)과의 승점차는 1점에 불과하다. 한 경기 결과로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루니가 늦게 합류한데다 대표팀 차출 일정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1라운드를 잘 버틴 만큼 앞으로의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사실 국내파 선수들의 면면만 따지면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 우리카드다. 드림식스 출범 당시부터 드래프트를 통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팀 기반을 다졌다. 그 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반대급부로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재력이 좀처럼 발휘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뒤숭숭한 팀 분위기에 있었다.
창단 당시 드림식스를 품에 안았던 우리캐피탈은 재정 상황이 악화되며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다. 우리캐피탈을 인수한 전북은행이 배구단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드림식스는 공중분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로 산소 호흡기를 달았지만 아무래도 선수들의 훈련 여건은 열악했다. 아픈 선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조차 잘 이뤄지지 않았다. 코트에서 흥이 날리 없었다. 잠재력 넘치는 선수들은 점점 패배에 길들여져 갔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가 배구단 인수를 결정했다.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안정됐다. 선수들도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돌풍을 일으켜보자’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그 결과는 1라운드에서의 좋은 성적이었다. 강만수 우리카드 감독은 “경기 외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의 자세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약점은 있다. 레오(삼성화재), 아가메즈(현대캐피탈) 같은 확실한 거포가 부족하다. 루니는 다재다능한 선수지만 홀로 경기를 지배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소총들로 대포에 맞서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면 인수 소식을 찾기 위해 인터넷부터 뒤졌던 예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
강 감독도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더 많은 훈련을 해야 한다”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 상처는 아물었다. 우리카드가 새살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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