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로 SK 와이번스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이영욱(33, 투수)이 두 번째 둥지에서 성공의 꽃을 피울 각오다. 대구상고와 홍익대를 거쳐 2003년 SK에 입단한 이영욱은 통산 171경기에 등판, 16승 17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0을 거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검증된 선수를 얻었다. 계투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이영욱과의 일문일답.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오게 됐다. 이적 소감이 궁금하다.
▲아직은 얼떨떨하다. 팀을 옮기는 게 처음이다보니 SK (이)재영이형에게 이적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 이적에 대해 유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변에서는 '고향에 왔으니 잘 됐다'고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실감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뛰었던 SK를 떠나게 돼 아쉬움도 들 것 같다.
▲2차 드래프트 소식을 접한 뒤 멍했던 것 같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일반적으로 2차 드래프트가 즉시 전력감보다 유망주를 지명하는 경우가 많고 40인 보호 선수 명단이 워낙 광범위해 나는 해당사항이 없을 줄 알았다.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내가 이렇게 됐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찾아주는 팀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든다. 아직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조심스럽다. 처음 이적하는 선수들이 저마다 '첫 팀이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첫 팀에서 더 잘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독기 아닌 독기도 생긴다.
-1999년 상원고 졸업 후 14년 만에 고향팀에 오게 됐다.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만 도착해도 뭔지 모를 푸근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외국에 오래 살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처럼. 구단 버스를 타고 대구만 와도 푸근해진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오게 될지 생각을 못했지만 마음은 정말 편안하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1차례 등판한 게 전부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는데 몸이 크게 안 좋았던 건 아니었다. 내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기회가 왔을때 더 확실히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작년 초반에 선발 기회가 많았는데 그걸 못잡았다. 나름대로 결과가 좋았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거나 잘 던지다가 한 번의 위기 상황에 강판되기도 했다.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면 달라졌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삼성에서는 어떤 보직을 맡고 싶은가.
▲SK에서도 보직은 없었다. 선발도 아니고 필승조도 아니었다. 뭔가 어정쩡한 위치였다. 현재로선 팀 분위기에 빨리 녹아 들어 코칭스태프에서 내게 기대하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워낙 마운드가 탄탄해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다.
-삼성에는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많다.
▲최근 들어 한현희(넥센), 변진수(두산), 심창민(삼성) 등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급증했다. 개인적으로 2차 드래프트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없는 팀에서 데려갈 줄 알았다. 아무래도 영입할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많은) 삼성의 지명은 조금 의외였다.
-류중일 감독은 풍부한 경험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경험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지금껏 편안하게 야구해본 적이 없다. 항상 오늘 못하면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왔다. '오늘 안 되면 다음에 잘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11년찬데 바람 앞의 촛불처럼 야구한다. 나이가 있다 보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투수 가운데 선배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삼성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은 뒤 선수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삼성가서 돈 많이 벌어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삼성에서 뛰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삼성은 야구를 잘 하면 그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나 또한 삼성에 와서 내가 하는 만큼 보상을 받고 싶다. 나이도 있으니 더 잘 하고 싶다. 늦은 감도 있지만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어떤 보직이 될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가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최종 목표다. 좋은 투수진에서 무리한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한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선발 투수를 해보고 싶다.
-투수라면 누구나 선발 등판을 원한다. 선발 투수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계투 등판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었다. 김성근 감독님이 계실때 선발 등판 기회를 얻으며 선발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1회 등판의 쾌감과 약간의 긴장감과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경기 운영이 미숙하다보니 항상 3,4회 때 고비가 찾아왔다. 계투 등판은 짧은 이닝에 모든 걸 쏟아 붓지만 선발 등판은 한 타자와 한 번의 승부가 아닌 두 번 세 번 승부하기도 한다. 복잡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묘미가 있다. 뛸 수 있다면 선발 투수를 해보고 싶다. 사이드암 계열 투수라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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