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인상의 배우 백진희가 제대로 칼을 갈았다. 그동안 주로 착하고 순한 역할을 연기했던 그가 드라마 ‘기황후’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악역으로 돌변해 안방극장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백진희는 현재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딸이자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정략 결혼을 한 황후 타나실리를 연기하고 있다. 타나실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안하무인의 성격. 타환의 숙모인 황태후(김서형 분)와 대립각을 세울 때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26일 방송된 ‘기황후’ 9회는 백진희가 연기한 타나실리의 표독스러운 면모가 극에 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황태후는 대승상을 등에 업은 타나실리를 견제하기 위해 고려 여인 박씨(한혜린 분)를 끌어들여 후궁으로 만들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타나실리는 박씨를 참형에 처하라고 하는 한편, 타환이 관심을 표하는 기승냥(하지원 분)에게 질투를 드러내는 등 포악을 떨었다.

타환이 대승상을 견제하기 위해 타나실리를 멀리 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사랑을 갈구하고 자존감이 높은 타나실리가 상처를 받을 때의 후폭풍은 이날 방송만 봤을 때도 짐작하고도 남았다. 더욱이 타환이 승냥이 사실 여자고, 황궁에 공녀로 끌려온 지 모른 채 관심을 가지면서 타나실리가 벌이는 갈등은 점점 심화될 조짐이다.
이미 타나실리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백진희는 타나실리 첫 등장부터 귀엽고 철이 없으면서도 악의 기운을 품고 있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백진희 특유의 올망졸망한 얼굴과 선한 눈망울은 악역과 거리가 멀지만, 착하게 생긴 외모는 포악을 떠는 타나실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인물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백진희는 황태후를 연기하는 김서형과 끊임 없이 대립하고 있는데, 착한 인상을 지우고 분노를 표출할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기고 있다. 안정적인 발성과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는 타나실리의 표독스러운 면모를 완벽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착한 인물을 연기했기에 악역 도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백진희는 연기력으로 그런 부정적인 선입견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앞으로 타나실리는 기승냥 역의 하지원과 팽팽한 갈등을 보일 예정. 선배 하지원과의 연기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백진희의 안방극장 장악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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