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김)민구의 대결이 아닌 LG와 KCC의 대결이다.”
프로농구에 입문한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났지만 말솜씨도 많이 늘었다. 드래프트 전체 1,2순위로 나란히 KBL의 문을 두드린 친구 김종규(22, LG)와 김민구(22, KCC)가 동료에서 적으로 만난다. 전주 KCC는 26일 저녁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창원 LG와 시즌 2차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양 팀의 시즌 첫 대결은 슈퍼루키들이 합류하기 전에 치러졌다. LG는 29점을 터트린 데이본 제퍼슨의 활약에 힘입어 92-87로 이겼다. 하지만 김종규와 김민구가 가세한 이번 경기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그만큼 두 선수가 신인답지 않게 전력의 핵심이란 소리다.

김종규는 지난 23일 오리온스를 62-59로 잡은 후 김민구와의 프로 첫 대결에 대해 “민구는 내가 막지 않는다. (김)시래 형이나 (양)우섭이 형한테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랑 민구의 대결이라기보다 LG와 KCC의 대결이다. 팀이 이기는 것이 그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내 몫을 열심히 하겠다. 민구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한층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그래도 본인이 잘해서 팀이 이기면 금상첨화다. 슈퍼루키들이 그 정도 욕심 없이 경기할리가 없다. 현재 김민구는 평균 11.8점(신인 1위), 3.9리바운드, 5.9어시스트, 2.5스틸을 기록 중이다. 특히 어시스트와 스틸은 리그 전체 1위다. 이미 데뷔와 동시에 리그정상급 가드다. 반면 김종규는 평균 8.4점, 5.9리바운드, 1.1블록슛으로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편이다. 5.9리바운드는 리그 15위에 해당되지만 개수부족으로 아직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두 선수는 승부의 핵심을 쥔 변수다. 김종규가 버틴 파워포워드는 KCC의 약점이다. 또 양우섭과 김시래가 나서는 LG는 190cm의 김민구, 193cm의 강병현이 버틴 KCC의 장신가드라인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김종규와 김민구하기에 따라 경기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경희대와 국가대표팀에서 수 년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극명하게 색깔이 다르다. 누구 한 명은 웃고 다른 한 명은 울 수밖에 없다. 김민구가 레이업슛을 시도할 때 김종규가 블록슛을 시도하는 장면이 벌써부터 농구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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