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습관 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오후 9시 시간대에 도전장을 낸 예능과 드라마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대신 전통적인 강호(?) KBS 1TV ‘KBS 9시 뉴스’가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2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송된 ‘KBS 9시 뉴스’는 전국기준 21.6%를 기록하며 압도적 차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동시간대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우리가 간다’는 전국기준 3.3%, MBC 일일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은 8.5%,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 8.6%를 기록했다.
오후 9시 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예능과 드라마, 생활정보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 뉴스라는 점은 눈길을 끄는 사실. 특히 다른 두 지상파 방송사의 ‘8시 뉴스’가 모두 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도 20%의 압도적 수치를 기록한 ‘KBS 9시 뉴스’의 위력은 주목할 만 하다.

이처럼 ‘KBS 9시 뉴스’가 평일 뉴스 중에서도 홀로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9시대가 전통적으로 뉴스를 방송하는 시간대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영 방송에 대한 신뢰감 역시 그 시간대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줬음을 부인할 수 없다.

'KBS 9시 뉴스'의 위력 때문일까? 동시간대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장르에도 불구, 여러모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3%대의 시청률을 찍은 예능 프로그램 ‘우리가 간다’는 폐지설에 휩싸이기도 할 만큼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다. MBC는 9시 뉴스를 8시 대로 옮기고 일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각각 30분씩을 할애했지만, '구암 허준'의 뒤를 이은 '제왕의 딸 수백향'이 전작의 인기를 크게 뛰어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제왕의 딸 수백향'을 향해서는 시간대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 의견이 많다. 만약 이 드라마가 평일 오후 10시 시간대에 방송됐다면 더 큰 인기를 얻었을 것이라는 것. 현재 '제왕의 딸 수백향'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에 이 같은 추측엔 더 큰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당분간 'KBS 9시 뉴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상대가 나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S 9시 뉴스'가 기록하고 있는 20%대의 시청률과 다른 프로그램들의 한자릿수 시청률에는 10%포인트가 넘는 큰 격차가 있다. 그렇다고 이를 뒤바꿀 만한 뚜렷한 방책도 없는 상태.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인 '제왕의 딸 수백향'도 힘을 못쓰고 있는 9시 시간대에 시청자들의 '9시 뉴스' 습관을 끊을 만큼의 흥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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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S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