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맞트레이드 단행이다. 그런데 내막을 살피면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에 따른 외국인 타자 가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우타 내야수 윤석민(28)과 좌타 외야수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 31)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산과 넥센은 26일 윤석민과 장민석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했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석민은 2004년 데뷔 이후 두목곰 김동주의 존재에 가려졌으나 2012년 10홈런을 때려내며 후반기 팀의 4번 타자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한 공격형 내야수다. 장민석은 2001년 좌완으로 현대에 입단한 뒤 2008년 외야수로 전향해 2010시즌 41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넥센 공격 활로를 뚫던 테이블세터 요원이다. 넥센은 타선 파괴력에 힘을 더했고 두산은 이종욱(NC)과 임재철(LG)의 이적 공백을 장민석으로 메우고자 한다.
올 시즌 두 선수 모두 좋은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윤석민은 시범경기 기간 중 허리를 다쳐 재활군에 있었고 2군에서도 연달아 부상을 당하며 올 시즌 21경기 2할9푼4리 2홈런 8타점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장민석은 115경기에 출장했으나 2할4푼5리 2홈런 30타점 20도루를 기록했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결정적인 번트 실패로 리버스 스윕 패배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트레이드 뒤로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으로 인해 반드시 외국인 타자 한 명을 팀에 가세시켜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넥센은 이미 일찌감치 원투펀치인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과의 재계약에 성공했고 남은 한 자리를 외국인 타자로 메우려 한다. 최근 일설에 의하면 올해 오릭스에서 뛰던 비니 로티노가 넥센과 계약 합의를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로티노는 메이저리그 시절 투수를 제외한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던 유틸리티 플레이어. 일본에서는 외야수로만 출장했다. 앞서 넥센 측은 “외국인 타자는 좋은 공격력을 갖춘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택근-유한준-문우람-이성열 등을 보유한 넥센은 정수성의 은퇴로 공백이 생겼으나 만일 영입설처럼 로티노를 데려온다면 외야 공백이 거의 없어진다. 장민석을 두산으로 보냈다는 것은 새 외국인 타자 영입 발표가 머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두산은 선수들의 잇단 이적이 이어지고 있다. FA 세 선수를 모두 놓친 데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외야 맏형 임재철이 나가게 되었다. 그나마 두꺼운 야수층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 두산이지만 그동안 타 팀 1군 좌완들과 트레이드 소문이 무성했던 윤석민을 좌타 외야수로 바꿨다. 팬들의 반발이 큰 이유 중 하나인데 두산의 외국인 선수 영입 계획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협의 중이고 데릭 핸킨스를 자유계약 방출한 두산은 새 외국인 타자로 파괴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잠실에서도 장타력을 뽐낼 수 있는 파워히터를 영입하고 싶다”라는 것이 김진욱 감독의 바람. 따라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일발장타력이 뛰어난 1루수 요원이다. 현재 두산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직원을 파견해 새 외국인 투수와 외국인 타자 후보를 압축 중이다.
상대적으로 1루수 파워히터는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다른 야수 포지션에 비해 많은 편이다. 공격력으로 특화된 선수가 많기 때문. 두산은 이 부분을 믿고 윤석민을 보내고 1루수로 외국인 타자를 넣을 심산이다. 넥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넥센이 합의 도출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반면 두산은 아직 후보를 둘러보는 중이라는 점. ‘IF' 부호가 덕지덕지 붙은 두산의 스토브리그다.
선수 당사자도 이적 소식에 당황했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단행. 그런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 도출이 되는 트레이드다. 깜짝 트레이드의 결과는 다음 시즌 어떤 손익을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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