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야' 김강우의 '찌질남'은 어떻게 탄생했나[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11.26 14: 36

배우 김강우가 찌질해졌다. 동글동글한 안경에 머리는 뽀글뽀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봐오던 깔끔한 스타일의 김강우가 아니다. 행동은 외모보다 더 찌질하다. 연인의 과거에 한없이 집착하고 급기야 연인의 일터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 사랑스럽다.
영화 ‘결혼전야’에서의 김강우의 찌질함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 찌질한 모습에 ‘변신’이라는 키 포인트가 포함돼 있기 때문. 그간 ‘차도남’, ‘상남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보여준 찌질한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기며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본인 역시도 ‘변신’에 대한 욕구가 컸다고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자신의 성향이 차이가 있다 보니 변신을 서서히 시도해 왔었다고. 그러면서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다. 깔끔하고 차가울 것만 같았던 김강우가 사실은 ‘결혼전야’ 속 태규와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는 것. “말도 안돼”를 연거푸 내뱉는 기자에게 “진짜에요”라고 말하는 김강우는 어느새 ‘결혼전야’의 태규가 돼 있었다.

“고착화된 이미지를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바꾼 경향은 있죠.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랑 제 성향이랑 차이가 많아서 의도적으로 작년부터 슬슬 전략적으로 들어가보긴 한 거에요. 왜 작년에 KBS 2TV ‘해운대 연인들’ 했었잖아요. 이런 모습을 ‘즐겁다, 좋다’ 해주시면 해 봐야죠. 그리고 지금까지 했던 중 저와 비슷한 모습은 ‘결혼전야’ 속 태규에요. 제 모습이 투영이 된 캐릭터죠. 말도 안 된다고요? 진짜에요(웃음).”
 
스크린에서의 로맨틱 코미디는 이번이 처음. 왜 그간 김강우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않았던 걸까. 그는 좀 더 나이를 먹고, 깊은 감정으로 멜로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멜로를 만들기 위해선 본인 자체가 더 성숙해져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간 의도적으로 멜로를 안 했었어요. 좀 더 나이를 먹고 하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거기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지만 ‘인생이란 그런 거지’라는 걸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멜로는 우리네 인생을 다루고 있잖아요. 우리가 살면서 스릴러 영화 같은 극한 상황에는 빠지지 않지만 멜로는 그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약한 감정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또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슬픈 건 시나리오가 없어요. ‘김강우는 멜로를 안 하나보다’ 해서 안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근래에 멜로 시나리오가 드물기도 하고요. ‘결혼전야’ 보시고 김강우 멜로 잘하네 생각해서 제안해주세요(웃음). 로맨틱 코미디뿐만 아니라 정통 멜로도 욕심이 있어요.”
영화 ‘돈의 맛’에 이어 김강우는 또 한번 배우 김효진과 호흡을 맞췄다. 전작에서는 끈적한 커플연기가 일품이었다면 이번엔 사사건건 투닥거리는 귀여운 커플 연기가 일품. 김효진과의 호흡에 대해 운을 떼니 그는 칭찬부터 하고 나섰다. 그야말로 ‘최고’라는 극찬.
“제가 만난 배우들 중 남자배우, 여자배우 통틀어서 가장 털털한 배우에요. 매혹적이면서 차가운 모습도 있지만 털털한 주부죠(웃음). 이해심도 깊고 캐릭터 하는데 있어서 과감함도 있고 도전 마음도 있고 최고에요.”
‘결혼전야’는 결혼을 일주일 앞둔 네 쌍의 예비 부부들이 겪는 메리지블루를 다룬 작품. 실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김강우는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예비부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사랑’이라는 본질을 잊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진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야 말로 예비 부부들이 새겨 들어야 할 좋은 조언.
 
“이 영화를 보면서 저 나름대로 사람들이 가장 생각했으면 좋겠다 중점을 둔건 결혼을 앞두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사건들이 많아도 본질은 사랑이라는 거에요. 사랑만 있으면 옆에서 뭐라 그러던 무슨 상관이에요.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대부분 그걸 놓치게 되요. 결혼이라는 타이틀에 치이는 거죠. 그럴 필요가 없는 건데.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데 주변 상황들에 구속되잖아요.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trio88@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