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에 더 쉽게 빠진다 했던가. 욕해도 계속 보게 되는 ‘나쁜’ 막장극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가 종영을 한 달 앞두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화끈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2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는 전국기준 18.2%를 기록, 또 다시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오로라 공주’는 시청률이 급격하게 오르며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방송 초·중반 꽤 오랜 기간 동안 10% 중반 대에 머무르며 시청률의 여왕 임성한 작가의 체면을 구기는가 싶었던 이 드라마는 숱한 화제를 낳으며 눈 깜짝할 새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이뤄냈다.

시청률 뿐 만이 아니다. 이날 한국 갤럽에 따르면 ‘오로라공주’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24명에게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5.8%로 ‘무한도전’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요즘 가장 ‘핫’한 tvN ‘응답하라 1994’(5.7%)를 앞선 기록이다.
지금까지 ‘오로라 공주’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숱한 잡음과 부정적인 평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결과다. 그간 ‘오로라 공주’에서는 방송 초반부터 11명의 배우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줄줄이 하차했다. 극의 전개와 상관없는 엉뚱한 사건들이 터졌고, “암세포도 생명이다”와 같은 엽기적인 대사들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였다.
‘대기업 일가 고명딸 오로라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당돌하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는 애초의 기획 의도는 사라진 지 오래됐으며 현재는 남자 주인공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애틋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오로라 공주'에 관련된 여러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시청자들의 평가 또한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시청자 게시판 뿐 아니라 '오로라 공주'와 관련된 기사나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에는 대부분 작가나 드라마, 제작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계속해서 시청률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막장 드라마라고 치부되기는 하지만 '오로라 공주'가 선보이는 막장의 정도는 여타 드라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특이하다.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부르는 드라마들은 보통 극도로 악한 인물들의 행동이나 말 등이 화제가 되며 오명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장면이 나왔던 MBC '백년의 유산'이나 돈으로 딸들을 차별하는 밉상 어머니가 등장하는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이 그 예다. 이들의 행동은 좀 심하긴 해도 돈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인물이 가진 욕망의 특성상 이해를 할 수 있을 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 속 인물들은 그런 부류와는 다르다. 이들은 올케의 기를 죽이기 위해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고, 암세포 생존권을 존중해 주기 위해 치료를 거부하며, 사랑하는 여자와의 결혼이 반대에 부딪히자 승려가 되겠다며 출가를 하는 흔히 '4차원'이라 표현할 만한 이색적인 행동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에는 유체이탈이나 갑작스런 죽음, 말하는 개 등 기존의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던 요소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인물들과 내용 전개가 일단 다음 이야기가 대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주부 시청자들에게 '오로라 공주'는 낯섬과 익숙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일 수 있다. 인물과 전개가 특이해도 결국 다루고 있는 내용은 결혼과 시집살이, 이혼 등 통속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때문에 갤럽의 조사 결과 이 드라마가 60세 이상 여성(17%), 가정주부(13%)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오로라 공주'가 이뤄낼 성과는 어디까지일까? 화제성만큼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는 막장극 '오로라 공주'의 마지막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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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