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열애설, 맞아도 맞다고 못하는 딜레마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1.26 18: 42

"사실이 아닌 건 아닌데.. 공식입장은 '사실 아니다'입니다."
연예계에 관례처럼 통용되던 '열애설 일단 부인하기' 전략이 26일 인피니트의 인기 멤버 엘의 열애설 부인 번복 사건으로 의미있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하고,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곤 했던 열애설 대처가 엘 사건으로 인해 뒤늦게라도 언제든 '번복'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확실해졌기 때문. 수많은 열애설이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포장됐지만,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엘 사안과 관련해 소속사 대처는 분명 미흡하긴 했지만, 업계 관례에 비춰볼때 크게 다르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 양측이 '입을 맞춰' 열애설을 부인하는 건 매우 흔한 그림이다. 공식입장을 내기 전에 양측이 그 내용으로 상의를 하거나, 언론과의 소통을 어느 한쪽이 책임지는 게 보통의 케이스. 엘의 열애설은 상대가 아직 연예인이 아니라는 점은 달랐지만, 이번 건 역시 엘 소속사측의 요청 등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 열애설 상대인 김모씨는 26일 오전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악플러들에 대한 강경대응책을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열애 사실을 인정해버린 것이다. 그는 "20대인 저희가 연애한 것으로 인해"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어렵게 선을 그었던 기획사 측 입장을 무색케했다.
이날 월드투어를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소속사 측 일부는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자신들의 입장을 번복하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엘 군은 김모양과의 만남에 대해 인정하려 했다. 소속사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교제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도 덧붙였다.
열애설을 부인했다가 뒤늦게 스타가 직접 인정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미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에서 소속사가 뒤늦게 당시의 부인을 사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
아이돌 관계자들은 열애설 대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대 팬들은 여전히 아이돌스타의 열애설에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카메라, SNS, 사생팬, 파파라치 보도의 발달로 열애 사실은 오히려 더 자주 드러나기 때문. 빈도가 늘면 그 충격 여파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여전히 일부의 극성 대처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아이돌스타는 열애설에 휩싸였다가 몇몇 초등학교로부터 "학생들이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을 정도. 김씨도 이날 SNS를 통해 "(열애설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내가 배우를 시작했다며 내 사진에 낙서를 하고 욕 블로그를 쓰며 나와 부모님이 볼 수 있게 또 한번 상처를 줬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단순히 팬이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일부 팬덤이 극성 안티팬으로 돌변해 그룹의 활동에 적극 방해를 하는 일도 잦다. 한 아이돌기획사 관계자는 "한때 팬이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조직적으로 악플을 달고, 음반 평점을 낮게 매기거나, 악성 루머를 만들어 퍼뜨리고, 집요한 캡쳐 등으로 꼬투리를 잡아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팬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또래 연애가 그러하듯 교제 기간이 아주 길지도 않을 뿐 아니라, SNS 등의 발달로 관계가 미처 진지해지기도 전에 알려져버리는 것도 열애설을 부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호감을 갖고 만나긴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연애하진 않은 상황에서 기사가 나거나, 이미 몇차례 열애설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면 또 다른 열애설 상대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 최근 큰 열애설을 겪은 한 관계자는 "워낙 바쁘다보니 만났다 소원해졌다를 반복하게 마련인데, '열애'라는 타이틀은 아무래도 조심스럽지 않겠나. 만나고 있긴 하지만 열애는 아니라고 선을 그어야 하고, 그럼 열애설 부인으로 기사가 나고, 그러다보면 양쪽도 진짜 사이가 멀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간혹 상대로부터 이용 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상대적으로 한쪽 인지도가 높은 경우, 상대가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건 물론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주목을 받게 되는데 이게 혹시 전략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음모론일 수 있지만,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아이돌스타들은 표적이 됐다고 판단하고 무조건 '발 빼기'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열애설에 얽힌 양측 기획사가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사실 기사나 루머의 출처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순수하게 사실 그대로 밝히기는 영 께림칙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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