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의 입장에 선 포항 스틸러스가 '도망자' 울산 현대를 잡으려면? 우선 FC서울의 벽부터 넘어야할 것 같다.
2위 포항 스틸러스는 27일 낮 2시 FC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여 39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많은 것이 걸려있는 한 판이다. 선두 울산을 쫓고 있는 '추격자' 입장의 포항은 상황이 절박하다. 현재 울산이 승점 73점으로 2위 포항(승점 68)에 승점 5점 앞서있는 가운데, 여러모로 포항에 불리한 상황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포항이 울산을 제치고 승리할 수 있는 가짓수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이 서울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울산이 부산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우승은 확정이다. 우승 매직넘버까지 승점 2점만을 남겨둔 울산은 이날 포항의 패배 혹은 부산전 승리라는 두 가지 결과 중 하나만 얻더라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반면 포항은 서울전서 무조건 이긴 후 울산이 부산에 패해야만 오는 12월 1일 열리는 마지막 맞대결서 우승 트로피를 향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리그 최종전에서 서로 맞대결이 예고돼있다. 자연히 절박한 쪽은 포항이다. 'A or B'의 조건 속에서 여유롭게 우승을 기다리는 울산에 비해 'A and B'를 이뤄야만 우승의 희망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경우의 수 속에 승점이 같아질 경우도 포항에 불리하다.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을 따져서 우승을 결정하는데, 현재 울산이 포항에 골득실에서 6골차로 앞서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항은 남은 두 경기 전승으로 막판 뒤집기를 꿈꿀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오후 부산 원정을 떠나는 울산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입장에서 포항-서울전 결과를 기다릴 수 있다. 서울전에서 포항이 패할 경우 우승이 확정되는만큼, 초조할 필요가 없다. 물론 울산도 마냥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포항보다 여유로운 조건인 것만은 틀림없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우승팀을 가리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서울은 포항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다.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한 서울은 힘을 빼고 편안하게 리그를 마무리하고 싶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적어도 포항전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쳐야하게 됐다.
어찌됐든 포항은 우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살리기 위해 서울을 넘어야한다. 포항이 우승 9부능선을 넘은 울산을 추격해 막판 뒤집기의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는, 서울전 승리가 필수조건이다. 미묘한 시간차가 만든 흥미진진한 우승 레이스의 1, 2부가 27일 축구팬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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