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한국시리즈 7차전을 끝으로 2013 프로야구도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야구판은 식을 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 때문이다.
서막은 강민호가 열었다. 강민호는 롯데에 잔류하는 조건으로 4년 75억원의 대형계약을 기록, 역대 FA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이후 시장이 과열되면서 거액의 계약소식이 계속 알려졌고 결국 총액 523억원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FA 시장이 마감됐다.
또한 22일에는 사상 두 번째로 2차 드래프트가 열려 각 구단은 전력보강을 마쳤다. 이어 김선우를 필두로 숨가쁘게 보류선수 명단 제외소식이 알려졌고, 26일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윤석민 트레이드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숨쉴 틈 없이 뉴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26일 KIA가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한화로부터 한승택을 지명하며 뜨거웠던 FA 시장의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처럼 뜨거운 스토브리그는 각 팀의 팀컬러까지 바꿀 정도로 거대한 격변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승팀 삼성은 수 년째 '지키는 야구'를 표방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불세출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한신과 계약을 맺으며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삼성은 '포스트 오승환 시대'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 삼성은 오승환의 대안으로 안지만을 생각하고 있다. 안지만 역시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투수지만 오승환 만큼의 위압감을 주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오승환이 빠지면서 삼성은 필승조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하다. 결국 2014년 삼성의 화두는 '지키는 야구' 팀컬러를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다.
준우승팀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선수유출이 많았다. 이종욱-손시헌-최준석이 FA로, 임재철과 김태영(개명 전 김상현)은 2차 드래프트에서, 김선우는 보류선수 명단제외로 팀을 떠나게 됐다. 게다가 트레이드로 내야 거포 유망주 윤석민까지 팀을 옮겼다.
두산은 이번에 베테랑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게 됐다. '화수분 야구'로 불리던 두산 야구는 내년 평균연령이 자동으로 낮아지게 됐다. 연봉이 높던 선수들이 팀을 많이 떠나며 총연봉은 낮아질 두산이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우기 힘든 경험을 내년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심사다.
한편 FA 시장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넥센은 발빠르게 외국인선수 3인 구상을 마쳤고,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 거포 유망주인 윤석민을 영입했다. 올 시즌 박병호를 필두로 가장 강력한 클린업트리오를 뽐낸 넥센은 내년 윤석민이 기대만큼 활약해준다면 상대 투수가 피해갈 수 없는 타순을 짤 수 있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김민성-윤석민으로 이어질 중-하위타선은 넥센을 '장타군단'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올해 70도루로 이 부문 최하위에 그쳤고, 도루성공률 또한 5할8푼8리로 꼴찌였다. 과거 '장타군단'이었던 한화는 넓어진 구장탓에 '발 느린 똑딱이 타선'이 되어버렸다. 한 이닝에 안타 3개가 나와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까지 허다했다.
FA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한화는 정근우-이용규 영입으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를 보유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빠른 선수가 부족했던 한화는 내년 팀컬러를 확 바꿀 수 있게 됐다. 정근우와 이용규가 1,2번에서 상대 투수를 흔들어준다면, 팀 전체 득점력이 올라가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막내구단 NC는 공격적인 FA 구매와 베테랑 수집으로 경험을 더하게 됐다.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구단인 NC는 올해 손민한 영입에 이어 FA로 이종욱과 손시헌을 더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 이혜천을 데려왔고, 박명환까지 테스트를 통해 영입했다. 모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다. 젊은 패기로 2013년을 돌파한 NC는 2014년 경험까지 더해 4강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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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