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이 형이 내셔널리그 팀에 갔으면 좋겠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두 번째 선수의 탄생이 머지 않아 보인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우완 윤석민(28)은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한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민을 선발투수로 염두에 둔 구단이 총액 1000만달러(약 106억원)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다고 한다.
윤석민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류현진(26)의 성공사례가 큰 영향을 줬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한 시즌을 정리하는 기사에서 "메이저리그 많은 구단들이 류현진의 성공사례를 보고 '제 2의 류현진'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류현진은 윤석민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이기에 한 명이라도 더 메이저리그에서 보고싶은 류현진의 속마음이다. 지난 10월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시기에 윤석민이 미국을 찾았고, 류현진은 먼 곳까지 찾은 선배와 함께 식사를 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종료 후 윤석민에게 "형, 여기 진짜 좋아 빨리 와"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류현진이 협상을 거듭하고 있는 윤석민에게 한 마디 조언을 했다. 류현진은 26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야구장 건립 협약식에서 "석민 형이 아메리칸리그보다는 내셔널리그에서 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투수를 타자로 만나는 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내셔널리그는 투수가 타격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반면,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보다 상대 타선을 쉽게 상대할 수 있다. 어느 리그가 투수에게 유리한지는 이미 데이터가 말해준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은 3.74로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3.99보다 낮았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서 소모되는 체력보다 상대 라인업에 투수가 들어가는 게 더 이득이라는 뜻이다.
류현진이 윤석민에게 이러한 조언을 한 건 1년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올해 인터리그에 5경기 출전했는데 2승 2패 평균자책점 4.60으로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특히 지명타자를 상대했던 인터리그 원정 3경기 성적은 1승 1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더 나빴다. 장거리 원정(양키스, 토론토, 볼티모어)이라 체력과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은데다가 지명타자까지 상대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대신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를 확실히 잡고 갔기에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류현진의 투수상대 피안타율은 1할2푼5리에 그쳤고, 무엇보다 볼넷이 단 하나도 없었다. 많은 투수들이 상대 투수에게 볼넷이나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리는 일이 많은데 류현진은 확실하게 상대 투수는 잡고 간 셈이다.
류현진의 존재는 윤석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저 1년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적응에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서로 의지할 곳이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윤석민이 국내로 돌아오는 일없이 순조롭게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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