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의 정석이다.
한화는 올해 활약한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3), 대나 이브랜드(30)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두 투수 모두 어느 정도의 성적은 올렸지만, 마운드가 약한 팀 사정상 더 강한 투수가 필요했다. 결국 김응룡 감독이 외국인 투수 전원 교체를 요청했고, 구단에서도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한화 구단은 비록 이들과 재계약을 포기했지만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는 선물을 하기로 했다. 감사 편지와 함께 사진 액자 형식의 감사패를 두 선수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헤어지는 외국인선수에게 이렇게 선물을 보내며 감사를 표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정승진 사장님께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셨다. 영어로 감사의 의미를 전하는 편지를 쓰고, 사진 액자로 된 감사패 역시 두 선수의 집 주소로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로 세계에서 이별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모양과 예의도 중시하는 것이다.
바티스타는 지난 2011년 7월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화와 첫 인연을 맺으며 올해까지 3시즌을 뛰었다. 이브랜드는 올해 한화에서 1년을 보낸게 전부. 하지만 두 투수 모두 누구보다 큰 애정으로 모두 팀을 위해 노력했다. 구단에서도 이들의 마음과 노고를 잘 알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게다가 한화는 두 선수 모두 임의탈퇴로 묶지 않았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모두 전력이 약한 한화 소속이라 '다른 팀에서는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내년부터 부메랑이 돼 한화에 돌아올 수 있다. 때문에 상당수 팀이 임의탈퇴 제도를 이용해 타팀에서 뛸 수 없게 묶어둔다.
외국인선수 임의탈퇴는 특급 선수가 거액을 제시한 타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방지하기 안전장치이지만 형식적으로 최소한의 금액으로 재계약 의사만 보이면 임의탈퇴로 5년간 보류 권한을 가질 수 있어 악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한화는 두 선수가 다시 한국의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도록 앞 길을 활짝 열어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억지로 묶어놓는 건 도의상 아니라고 판단했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현장에서 쓰지 않겠다고 한 만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한화와 바티스타-이브랜드에게는 모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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