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감독 첫 해이니 두고 본다고 해도 다음 시즌에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맹렬한 비판도 많이 받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야수 교체에 있어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팀 컬러가 계투 의존이 아닌 선발이 경기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잡히기도 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으나 결국 팀은 감독의 목에 칼날을 휘둘렀다. 두산 베어스는 왜 갑작스레 김진욱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을까.
지난 27일 저녁 두산은 김 감독의 경질을 결정하며 퓨처스팀 감독을 맡던 송일수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임명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신 OB의 암흑기 시절을 지탱하던 비운의 에이스 출신인 김 감독은 감독 계약 3년 중 1년을 남겨둔 채 중도 경질의 불운을 맞고 말았다. 비난도 많았으나 김 감독이 팀을 새롭게 만들어 갔던 공로까지 모두 파도에 휩쓸렸다.

2011년 10월 두산의 8대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2년 통산 139승6무116패,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 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기록을 남기고 물러나게 되었다. 두꺼운 야수층,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유망주가 많았던 팀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지도력을 평가절하 당하기는 했으나 팀의 내부 사정 등을 감안했을 때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 감독의 경질에 가장 결정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2년 간 포스트시즌서 투수진 운용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홍상삼의 잇단 난조로 인해 1승3패로 탈락 고배를 마셨던 두산. 감독은 믿음직한 셋업맨으로 성장했던 홍상삼을 마무리감으로 키우고자 절체절명의 순간 등판시켰으나 결정타를 연이어 허용했다. 마무리 스캇 프록터를 너무 안 내보냈다는 비난도 극심했고 페넌트레이스서는 하루하루 바뀌는 야수 운용에 대한 질책도 심했다.
당시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김 감독의 동아대 선배이기도 한 김태룡 단장은 울분을 감추지 못하며 “올해는 첫 시즌이었으니 두고 보는 입장이었으나 다음 시즌 단기전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다시 나온다면 그 때는 구단에서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그리고 올해 오뉴월 두산은 뒤늦은 선발 투수 교체, 승부처에서 투수 유망주를 넣었다가 쉽게 경기를 내주는 모습도 자주 비췄다. 김 감독의 중도 퇴임 소문이 솔솔 풍겨나던 시기다.
우여곡절 끝 야수들의 맹활약과 선발진에서 더스틴 니퍼트-노경은-유희관의 호투, 중간계투진에서 정재훈, 오현택, 윤명준 등이 좋은 활약을 선보인 덕분에 선두 경쟁도 벌이던 두산. 그러나 이번에도 포스트시즌에서 감독의 투수 운용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시리즈 전적 3승2패에서 좌완 계투가 없던 상태라 선발 니퍼트에게 좀 더 많은 이닝을 맡긴 것이 결국 시리즈 역전패에 결정적으로 다가왔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부터 김 감독은 벼랑에 몰렸음에도 카드 한 두 개는 남겨놓는 전략을 택했다.
어떻게 보면 단기전에 어울리지 않는 소극적 전략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투수 혹사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피했던 책략으로 볼 수 있다. 계투진에서 윤명준이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출장한 것을 제외하면 두산 투수진은 타 팀에 비해 혹사와는 거리가 먼 운용 속에서 시즌과 단기전을 치렀다.
이는 1군 감독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략. 그러나 김 감독은 원래 그렇게 투수를 운용했다. 믿었던 투수들의 실패가 ‘감독의 투수 운용이 이상하다’라는 비난으로도 이어졌으나 반대로 그 과정을 통해 선발 에이스인 노경은을 찾았고 10승 좌완 선발 유희관도 발견했다. 정명원 투수코치의 공도 컸으나 기회를 준 김 감독의 수훈도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해 오락가락했던 야수 운용에 대한 실책을 스스로 인정한 뒤 올 시즌에는 경쟁 체제 속에서 황병일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참고하며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장단점이 공존했던 김 감독의 선수단 운용이었다.
단기전 투수 운용의 실책을 이유 삼아 구단이 감독을 경질했다는 것은 우승을 노린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두산은 스토브리그서 바이어가 아닌 셀러였다. 넥센에서 외야수 장민석을 데려왔으나 최근 몇 년 간 타 팀의 1군 좌완과도 바꾸지 않았던 우타자 윤석민을 내줬다. FA 세 명을 모두 놓쳤고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임재철(LG)을 비롯한 5명을 잃었으며 투수진 맏형 김선우를 방출시켰다. 두목곰 김동주도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비시즌 선수단 구성의 모양새는 세대교체인데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던 감독의 명패를 치웠다. 신임 송 감독은 오랫동안 긴테쓰 배터리코치로 일하며 2001년 퍼시픽리그 우승에 공헌하는 등 일본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이고 “원칙과 기본기를 중시하며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라는 구단 측의 설명이 있었으나 의사소통 면에서 선수들과 원활한 편은 아니었다는 평도 있다. 그리고 송 감독은 라쿠텐 스카우트로 일하다 김 단장의 천거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세대교체를 표방하며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의 손에서 지휘봉을 빼앗은 두산의 결정은 1년 후 어떤 결과로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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