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프런트 야구’는 진행 중이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1.28 07: 01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입김이 강력하다. 그리고 1군 구장 운영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간섭을 많이 받는 한국의 경우는 입장 수익이 프로야구단의 주 수익원이 아니라 모 그룹에서 나오는 운영비에 달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위 프런트가 선수단의 갑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김진욱 감독을 전격 경질한 두산 베어스의 프런트 야구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27일 저녁 두산은 김진욱 감독의 경질을 결정하며 퓨처스팀 감독을 맡던 송일수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임명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신 OB의 암흑기 시절을 지탱하던 비운의 에이스 출신인 김진욱 감독은 감독 계약 3년 중 1년을 남겨둔 채 중도 경질의 불운을 맞고 말았다. 납득이 힘든 전략으로 인한 비난도 많았으나 김진욱 감독이 팀을 새롭게 만들어 갔던 공로까지 모두 없던 일이 되었다.
김진욱 감독 선임 자체가 이미 두산의 프런트 야구 시작과도 같았다. 2011년 6월 김경문 감독의 중도 퇴임 이후 두산은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로 2011시즌을 마친 뒤 2군 투수코치로 재직하다 6월부터 1군 불펜코치로 재직하던 김진욱 감독에게 감독직을 부여했다. 해박한 야구 이론을 지녔고 투수 유망주들과 원만한 관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나온 결정이었는데 김진욱 감독은 선수 출신인 김태룡 단장의 동아대 후배다.

그런데 김진욱 감독의 야구 인맥이 생각보다 넓지 않았던 터라 김 단장이 코칭스태프 선임에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토 쓰토무 현 지바 롯데 감독의 수석코치 영입이다. "감독 경험이 없는 나와 함께 할 경험 많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라는 김진욱 감독의 요청이 발단이 되었으나 이미 일본 야구의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이자 지도자인 이토 수석 영입에는 김 단장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정작 김진욱 감독과 이토 수석의 조합은 4월 공동 선두 등극으로 밀월관계가 되었을 뿐 5월 이후 소통이 단절되며 내부에서만 아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두산이 했던 두 건의 트레이드 중 넥센과의 이성열-오재일 트레이드가 있었다. 구단 밖에서는 오재일이 구리 인창중 출신이고 인창고에 다니다 분당 야탑고로 전학갔다는 전력을 들어 김진욱 감독이 트레이드를 주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요청은 김진욱 감독이 했으나 김 단장이 이적 후 오재일의 스타일 변화에 관여한 부분도 컸다. 김 단장은 오재일의 일발장타력을 들어 오재일을 향후 팀의 4번 타자 후보로 지목했고 좀 더 무거운 방망이를 써보길 권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트레이드가 김진욱 감독의 두산 감독으로서 생명을 끊고 말았다. 비시즌 선수 이동에 있어 철저히 배제되어 있던 김진욱 감독은 타 팀의 1군 좌완 트레이드 제의, 외국인 투수 트레이드 언급 시에도 판매 불가로 놓았던 오른손 장타자 윤석민의 트레이드에 분개했고 이것이 경질로 이어졌다. 넥센은 외야수가 많아지는 가운데서 주전 자리를 점차 잃어 간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을 두산으로 보내고 윤석민을 가세시키며 공격형 내야수 확충의 꿈을 예상보다 손쉽게 이뤘다.
이토 수석이 계약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팀을 떠난 뒤 김 단장은 라쿠텐 스카우트로 재직하던 송일수 현 신임 감독을 데려왔다. 이전부터 김 단장은 송 감독과도 자주 연을 맺었던 사이다. 지난해 퓨처스팀 구보 야쓰오 투수 인스트럭터, 올해 고다 이사오 퓨처스팀 투수코치 영입도 김 단장의 작품이다. 대체로 코칭스태프 구성 시 감독의 발언권이 중시되는 것과 달리 김진욱 감독은 정명원 투수코치, 김우열 퓨처스팀 타격 코치, 황병일 수석코치 영입 정도로 권한이 축소된 상태였다. 기본적인 인맥이 넓지 않기도 했으나 권한 축소의 감이 컸다.
김 단장은 야구 경기인 출신으로는 최초의 단장이다. 민경삼 SK 단장의 취임은 그 이후다. 그룹 고위에서 낙하산 임명보다 야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프런트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에서 프런트의 간섭이 지나쳤을 때 좋은 성적으로 결부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이제는 베테랑들이 많이 팀을 떠나고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새롭게 팀이 재편되는 데다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임 감독까지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계속되는 두산의 프런트 야구. 2014시즌 두산은 어느 위치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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