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가 결국 역시나였다. 감독 무풍지대는 없었다. 올해도 예외없이 감독 교체 칼바람이 불었다.
두산은 지난 27일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김진욱 감독의 경질을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송일수 2군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발탁돼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감독 교체가 신속하게 이뤄지자 야구계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감독 잔혹사로 남을 만한 사건이다.
특히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낸 뒤 경질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하더니 플레이오프에서 LG마저 3승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에 한 때 3승1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비록 5~7차전을 내리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16경기를 치르며 투혼을 불살랐다. 준우승과 함께 계약기간이 1년 남은 만큼 2014년에도 김 감독이 두산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종료 후 26일이 지나 경질이 됐다.
김 감독의 경질은 역대 프로야구에서 손꼽힐 만한 감독 교체 잔혹사라 할만하다. 준우승팀 감독 경질 사례는 역대 7번째인데 우승 조급증에 시달린 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현상이었다. 특히 우승에 크게 목말랐던 삼성에서는 1986년 김영덕 감독, 1990년 정동진 감독, 2004년 김응룡 감독, 2010년 선동렬 감독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에 물러나야 했다.
가장 논란을 일으킨 감독 교체에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있었다. 김 감독은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했으나 구단과 컬러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임돼 팬들의 반발이 거셌다. 김 감독은 2011년 8월 SK에서 중도 해임됐는데 이 과정에 구단과 마찰이 여과없이 만천하에 드러나 팬들이 집단 시위하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도 역대 감독 경질 잔혹사에 들 만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준우승팀 감독이라는 점, 계약기간 1년이 남은 상황이었다는 점, 마무리훈련 중 갑작스럽게 경질 통보받았다는 점에서 경우가 맞지 않다. 무조건 우승을 해야만 하는 두산의 정책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초로 감독 교체없이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성적 부진으로 입지가 불안했던 SK 이만수 감독, KIA 선동렬 감독이 내년까지 재신임을 받으며 계약기간을 지켜주는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두산이 김 감독을 전격 경질해 '감독 잔혹사'의 새 역사를 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