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서로를 향하지만 세상은 이민호와 최진혁을 적으로 만들어놨다.
이민호와 최진혁은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에서 제국그룹 김남윤 회장의 아들 김탄, 김원으로 각각 출연 중이다. 두 사람은 평범한 형제 행세를 하고 있지만, 다른 어머니를 가졌다는 상처가 있다. 원은 본처 정지숙(박준금 분)의 아들, 탄은 첩 한기애(김성령 분)의 아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 없는 가족이지만, 남윤을 시작으로 지숙, 기애 등등은 두 사람을 이미 경쟁구도에 올려놨다.
외롭게 자란 탄이 가지고 있는 형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밉게 말하고 차갑게 대하는 원을 원망하기는 커녕 "우리 형"이라고 살갑게 대했다. 마찬가지로, 언제 제국그룹 경영에 뛰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탄과 거리를 두는 원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수호천사가 돼줬다.

지난 27일 방송된 '상속자들'에서 원은 사고를 친 탄의 보호자로 학교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탄이 전교 꼴찌라는 사실과 벌로 학교 유리를 닦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감정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기말고사도 이렇게 볼거야? 더 못 볼 수는 있냐?"고 혼을 냈다.
이 모습을 탄은 싱글벙글 하며 바라봤다. 그는 "난 왜 형이 화내니까 좋지? 내 등수가 몇 등이든 상관 안할 줄 알았는데. 학교에 와줘서 고마워, 형"이라고 인사했다.
앞서 지난 14일 방영분에서는 원과 특별한 관계였던 전현주(임주은 분)가 탄과 만나 "(원이) 동생은 다정하고 솔직하고 키가 많이 컸고 눈이 자기랑 똑같다고 (말했다). 보니까 진짜 그러네"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탄은 항상 냉랭했던 형이 사실은 겉모습과 속마음이 달랐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은 남윤의 계략으로 '형제의 난' 주인공이 됐다. 원은 우려했던 일(탄의 주식지분율 상승)이 현실이 되자 탄을 더 가혹하게 대했다.
탄은 "공지 뜬 거 봤어. 보자마자 형한테 와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었어. 나 보고 내 말 믿고 내 진심 믿어줘.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믿어줄건데"라며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이미 마음이 돌아선 원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진심이 아니라 상황이야. 나하고 동등해진 네 위치가 네 진심이야. 주식 다 내놓고 미국가.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마. 그러면 믿어줄게"라고 답했다.
과거 도피 차원에서 미국 유학생활을 했던 탄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유배지나 마찬가지다. 가족을 만날 수도 없고, 마음을 줄 사람도 없는 낯선 타지인 것. 당연히 탄은 그 곳으로 다시 자신을 보내려는 형에 대한 원망이 일었다. 그는 "어떻게 형은 다신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있어. 주식 내놓겠다잖아. 형 가는 길에 방해되지 않겠다잖아. 나 안 갈래. 그리고 형 주식도 안 줄래. 내 주식 갖고 싶으면 형이 빼앗아가봐"라며 갈등을 예고했다.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전쟁터에 발을 들여놨다. 형이 좋기만 했던 탄, 동생을 아끼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원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래를 건 '경영권 사수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애틋하게 여기는지 복선을 통해 여러 차례 암시됐기 때문에, 이들의 싸움은 매우 구슬플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상속자들'은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을 연이어 성공 시킨 김은숙 작가와 '타짜', '마이더스'를 연출한 강신효 PD가 만드는 작품. 경영상속자, 주식상속자, 명예상속자, 주식상속자 등 부유층 고교생들과 유일한 가난상속자인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청춘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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