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은 오랑캐를 정벌하려다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패업은 둘째 치고 생사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제나라 군대를 살린 것은 빨리 뛰지 못해 전투에서 쓸 수 없던 늙은 말. 늙은 말의 지혜를 빌려 길을 찾은 옛 일을 들어 노마지지(老馬之知)라는 고사도 나왔다. 베테랑 대다수를 내보내며 “연봉 총액을 줄이고 젊은 팀을 만들었다”라는 두산 베어스는 어디로 가는가.
최근 두산의 비시즌 행보는 파격을 넘어서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세 명을 모두 놓친 데 이어 젊은 유망주를 보호하기 위해 임재철(LG), 이혜천(NC), 김태영(개명 전 김상현, KIA) 등을 모두 내보냈다. 그리고 투수진 맏형 김선우도 합의 하에 방출되었다. 남은 베테랑은 야수진에서 ‘두목곰’ 김동주, 주장 홍성흔, 투수진에서 이재우, 정재훈 정도다. 여기에 김진욱 감독도 넥센과의 윤석민-장민석(개명 전 장기영) 트레이드에서 철저히 배제된 뒤 27일 일방적인 통보 하에 퇴진했다.
김 감독의 경질도 충격적이지만 두산이 팀을 현재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 지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과의 FA 협상에 있어 두산은 현재 역할 대체가 마땅하지 않은 이종욱을 제외하고는 많은 금액을 책정하지 않았다. 이종욱도 좀 더 시장의 평가를 받고자 했고 결국 세 선수를 모두 FA 바다에서 잃어버린 두산이다. 두산은 그나마 이들의 이적에 대해서는 대체자가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2차 드래프트서는 김태영, 이혜천, 임재철 순으로 타 팀에 뽑혀갔다. 만년 유망주로 꼽히던 우완 서동환도 삼성으로 이적했고 1년차에 불과한 좌완 정혁진도 LG의 지명을 받았다. 이 부분에 있어 두산은 “아까운 선수들을 잃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유망주를 보호해야 했다. 유망주를 키우는 입장인 우리 말고도 5명을 빼앗긴 팀이 두 팀 더(삼성, LG) 있다. 인위적인 전력 평준화가 아니라 신인 지명 대상 기준을 ‘3년차 이상’ 등으로 강화하는 등 KBO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라며 아쉽다는 평을 내놓았다.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투수진 맏형 김선우도 코칭스태프 제의 대신 선수 생활 지속을 위해 합의 하에 방출되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많이 뛰지 못했으나 지난해 후반기 4번 타자였던 윤석민은 넥센 외야 경쟁에서 밀리는 인상이던 장민석과의 1-1 맞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했다. 김 전 감독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되었고 팀은 잇단 외야수 이탈을 장민석으로 메우려는 인상이 짙은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갑작스레 감독이 교체되었다. 팬들의 비난이 극심한 이유다.
구단 관계자는 “하위로 떨어지고 나서 세대교체를 하는 것은 늦은 일이다. 상위 성적은 보이지만 정상 도전에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좀 더 일찍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도약점을 일찍 당긴 것”이라며 현재 두산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선수단의 세대교체를 표방하면서 팀 컬러를 강한 야수진을 바탕으로 선발 야구 쪽으로 유도하던 김 감독을 퇴진시킨 것이다. 김 감독의 교체 사유는 단기전서 승부수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벼랑 끝에서도 카드를 남겨두는 경기 운용을 했다는 점이다. 세대교체를 표방하는 팀이 2년 연속 단기전 전략 실패의 감독을 갈아치웠다는 것은 이치에 맞는 것인지 주도면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계자는 “고연봉 선수를 줄이면서 선수단 운용비를 줄였다”라고 밝혔으나 방출 선수 중 2억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김선우와 이혜천 뿐이었다. 그나마도 이혜천은 2년 연속 알려진 것보다 반이 깎인 연봉을 받았다. 임재철은 그나마 두산에서 2년 전 좋은 FA 계약을 해준 덕택에 연봉 1억5000만원을 받았고 김태영은 연봉 1억 미만의 베테랑이었다. 세 명의 FA도 타 팀 동급 선수들에 비해 연봉이 낮은 편이었다. 두산 타선을 대표하던 김동주는 이미 지난해부터 라커룸 리더로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1군 전력에서 배제되었다. 주장 홍성흔이 마라톤 같은 페넌트레이스를 라커룸 리더로 끌어가는 데 있어 의지할 수 있는 언덕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한 가지 염두에 둘 부분이 있다. 지금 두산의 젊은 선수들도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계속 되어 좋은 유망주들이 계속 배출되었을 때, 그리고 이들의 나이가 많아졌을 때, FA 기회를 맞고 2차 드래프트 등이 시행될 때 주축이 되었다가 슬럼프를 겪은 이들을 팀에서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그 반대의 전례를 지금 써 내려가고 있다. 화수분 야구를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미지가 굳혀진다면 결국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와 베테랑이 대우받지 못하는 전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지금의 안 좋은 평가를 한 번에 불식시키려면 두산의 2014시즌 성적은 그만큼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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