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버티지 못하고 반 이상이 망할 거라는 냉소 속에 출범한 종편 방송이 그래도 몇가지 히트 아이템을 내면서 체면치레는 했다. 대박까지 나진 않았지만 지상파의 시청률을 야금야금 가져가는 데에는 충분히 성공한 상황.
건강, 음식, 결혼생활 등 중장년층의 관심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시선 공략에 나섰던 종편은 이제 정치, 성 문제까지 끌어들이며 젊은 층의 지지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예능은 거의 다 따라잡은 상태에서, 이제 대박 드라마만 나오면 게임은 해볼만하다는 평가다.
오는 12월1일이면 두 돌을 맞는 종편. 냉소를 이겨내고 뜨거운 관심을 끌어낸 프로그램 다섯 가지를 꼽았다.

# '이영돈의 먹거리 엑스파일' - 채널A
역시 시청자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아이템이 제일 먼저 터졌다. 시청자들이 자주 먹게 되는 식당 음식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키고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던 부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폭로하는 '이영돈의 먹거리 엑스파일'은 즉각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종편 제 1호 이슈 프로그램이 됐다.
특히 MSG는 가장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쌀국수, 냉면 등에 '투하'되는 MSG는 시청자들의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고,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이영돈 PD의 단골 멘트는 tvN 'SNL코리아'에서 신동엽으로 패러디 되는 등 유행어에 등극했다.
# '썰전' - JTBC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평가를 받곤 하던 종편이 정치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어 젊은 층의 지지까지 얻어낼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썰전'은 김구라, 강용석이라는 익숙한 인물을 활용해 정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마침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도 있어 '썰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질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더 이상 독설이나 정치 뒷얘기 모음이 '아주 시원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있어 화제면에서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2부로 선보이는 연예가 이슈 진단도 참신한 내용을 꺼내놓진 못하고 있는 상황. 국면을 전환시킬 포인트가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 '마녀사냥' - JTBC
'썰전'의 틀을 차용한 '마녀사냥'은 젊은 층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성과 연애를 내세워, 단숨에 '썰전'의 파급력을 넘어섰다. 섹드립의 황제 신동엽을 필두로 감성 발라드 가수 성시경, 영화평론가 허지웅, 호주인 개그민 샘 해밍턴의 조합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 신동엽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긴장감을 부여하면 성시경이 자신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말솜씨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허지웅이 강력한 한방을 터뜨리는 그림. 샘 해밍턴의 솔직한 의견 피력도 재미를 높인다.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진행되는 구도라, 다양한 이야기를 풀 수 있다. 사연이 얼마나 계속 더 솔직하고,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MC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슈를 모으는 인기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상태. 전후 맥락 관계 없이 뚝 끊어내서 비판을 가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될 수도 있어, 연출에 세심함이 요구된다.
# 히든싱어 - JTBC
오디션 프로그램은 몰락했는데, 의외의 프로그램이 떴다. 모창 가수들끼리의 대결을 다룬 '히든 싱어'다. 모창 가수라니, 매우 올드한 아이템인가 싶지만 '히든 싱어'는 모창 가수들 사이에 진짜 가수를 끼워 넣어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모창 가수들의 실력이 높아진 건지, 가수들의 목소리가 변한 건지, 승부는 점차 어려워지고 결국 최근 신승훈, 조성모가 나란히 모창 가수에게 승리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하면서 '히든 싱어'는 탄력을 받았다.
이 포맷이 장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모창 가수를 여럿 확보할 수 있으면서, 시청자가 목소리 구별을 쉽게 해내는 톱가수의 수는 한정돼 있는 것. 아직은 아이유, 박진영 등 핫한 가수들을 라인업에 올렸지만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 유자식 상팔자 - JTBC
지상파를 가장 바짝 따라잡은 프로그램은 의외로 '유자식 상팔자'다. 역시 부모들의 공통 관심사는 셌다. 이 프로그램은 무려 5%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지상파 예능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이 나선 KBS '우리 동네 예체능'에 성큼 따라섰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 부모와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사춘기 자녀들이 속 마음을 털어놓는 포맷이다. 사춘기 자녀들을 다루다보니, 소재도 대학, 성형, 이성교제 등 다양하다. 부모들이 울컥하고 쏟아내는 속 얘기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어떤 가정에나 있을법한 고민거리가 스타의 가족을 통해 나타나니 당연히 흥미롭기도 하고, 공감도 된다. 관건은 캐릭터다. 흥미로우면서도 공감되는 인물을 얼마나 더 발굴해내느냐에 이 프로그램의 탄력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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