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화의 보호선수 명단을 본 KIA의 선택은 포수 한승택이었다. 그렇다면 이어 보호선수 명단을 받아들 SK의 시선은 누구로 향할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선수들이 시장에 나와 자신의 가치를 좀 더 높게 인정해준 팀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보상선수 지명이다. 이미 KIA와 LG는 보상선수 지명을 마쳤다. 이용규를 한화에 뺏긴 KIA는 26일 보상선수로 한승택을 지명했다. 한편 LG는 KIA로 이적한 이대형의 보상선수로 27일 베테랑 투수 신승현을 선택했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보상선수 지명절차가 남아있는 SK와 두산으로 향해 있다. 이 중 SK는 보상선수 지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부동의 2루수이자 간판 선수였던 정근우가 한화로 이적한 SK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KIA보다 직전연도 성적이 좋았다는 이유로 보상선수 지명순위마저 뒤로 밀렸다. 21번째 선수도 아닌, 22번째 선수다.

때문에 KIA의 선택부터 기다려야 했다. KIA가 한승택을 지명한 것을 보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건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구단은 심사숙고해 가진 시간을 모두 활용할 생각이다. 김응룡 한화 감독이 “20인 보호선수 지명은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한화는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차가 심한 팀이다. 돌려 말하면 SK가 뽑을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도 된다. 야구계에서 “보상선수로 전력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하는 SK다. 이미 몇 차례 자체 회의를 거듭하며 보상선수 지명 시나리오를 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예상 명단을 추렸다. 마무리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가고시마에도 이미 그 명단이 넘어갔다. 현장의 목소리를 취합한다는 생각이다. 한 관계자는 “다른 팀 사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구단 분위기를 전했다.
상대적으로 외야는 풍족한 SK다.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이라는 베테랑에 이명기 한동민이라는 젊은 피들도 있다. 때문에 역시 내야 보강에 관심이 몰린다. 2차 드래프트에서 신현철을 영입하며 퍼즐 하나를 채워 넣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그러나 예상 명단을 대략 살핀 구단 일각에서는 “내야 자원이 마땅치 않다. 구단 내 신예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의 시나리오도 점칠 수 있다. 투수쪽 지명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한화는 보호선수 명단을 짤 때 투수는 우선적으로 지킬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2년 뒤를 바라보고 아예 유망주를 지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KIA도 그런 절차를 밟았다. 이 경우 유망주를 보는 SK의 눈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육성 파트는 물론 스카우트 팀 등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SK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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