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30)는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 타율 3할5리(511타수 156안타) 29홈런 98타점 80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 득점, 타점, 최다 안타, 장타율 등 5개 부문 모두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5개의 결승타를 때리며 이 부문 단독 1위에 등극하기도.
시즌 내내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던 그는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삼성의 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이바지했다. 최형우는 14일 일본 나고야의 한 병원에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최형우는 28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면 완벽에 가까울 만큼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주장를 맡게 된 첫해에 통합 3연패를 달성했고 개인 성적 역시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최형우는 내달 9일부터 본격적인 재활 훈련에 돌입할 예정. "야구하면서 수술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삼성 라이온즈의 트레이너 형들을 믿고 열심히 몸을 만들겠다".
최형우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동안 "FA는 남의 일이다. 나는 그저 연봉으로 먹고 살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최형우는 이번 FA 시장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방출과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내 최고의 좌타 거포로 자리잡은 최형우는 2008년 신인왕에 등극한 뒤 풀타임으로 활약한 게 6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FA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최형우는 "올해 FA 선수들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나도 이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FA 자격 획득 조건이 좀 더 완화되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약간의 아쉬움도 내비쳤다.
골든 글러브 외야수 부문 후보에 포함된 최형우는 2년 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누릴 각오다. 아내 박향미 씨의 손을 꼭 잡고 시상식에 가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야구 선수를 남편으로 둔 게 얼마나 큰 행복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받으면 좋지. 혼자서 후보군을 보며 예상을 해봤는데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받으면 좋겠지만 못 받아도 크게 아쉬운 건 아니다. 골든 글러브가 내가 생각했던 유종의 미는 아니다. 골든 글러브는 없어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있다. 그것도 통합 3연패 우승 반지".
지금껏 만족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던 최형우이지만 올해 만큼은 다르다. 지난해 연봉 삭감의 아픔을 겪었던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태세다.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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