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는 어떻게 '꽃남' 꼬리표를 뗐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11.28 15: 31

이민호의 재탕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꽃보다 남자'와 과연 뭐가 다를까도 의문이었고, 어떻게 이런 선택을 했는지 그 용기에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의 이민호는 이 모든 우려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재벌 소년을 멋지게 탄생시켰다.
이민호가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잘 성장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처음 그가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겹친 것은 그의 출세작 '꽃보다 남자'다. 이민호는 지난 2009년 구준표란 캐릭터를 연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그렇기에 대중에 각인된 구준표=이민호 등식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만큼 강했다. 이후 '개인의 취향', '시티 헌터', '신의' 등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여전히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구준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그가 다시 한 번 학원물에서 교복을 입고, 거기에 재벌 아들을 연기한다니 '돌아온 구준표'가 되지 않을가란 걱정이 생긴 것은 당연지사다. 만약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성공적이고 선택은 탁월했다. 기본적으로는 작품과 이민호에 대한 김은숙 작가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를 '상속자들'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에는 이 드라마가 '꽃보다 남자'를 뛰어을 수 있다는 김 작가의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김 작가에 필력에 더한 이민호의 연기는 '꽃보다 남자'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중년 여성 관객들까지 사로잡았다.
'꽃보다 남자'의 이미지를 지우는 데에는 이민호의 변화된 모습이 큰 작용을 했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유아독존 캐릭터였다면 '상속자들'의 김탄은 태어나면서부터 서자라는 아픔을 지닌 인물이기에 그 시작점부터가 명확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구준표가 극단적이고 비교적 단선적인 인물이었다면 김탄은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그렇기에 보다 세밀한 연기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에피소드가 늘어날수록 감정선이 복잡해져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한다. 특히 김탄은 무려 17명의 등장 인물들과 어떤 식으로든 다 관계를 갖는 캐릭터이기에 그 만큼 한 캐릭터 안에서도 각기 다른 면모들이 요구된다. 김탄으로 분한 이민호는 이 지점들을 놓치지 않고 잘 살려내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면 다소 번잡해질 수도 있었던 극을 안정감있게 끌고가고 있다.
여기에 이민호가 '꽃보다 남자' 이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해왔다는 것이 연기 패턴을 고정시키지 않는 역할을 했고, 경험이 늘어나며 보다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
또 드라마와 함께 김탄과 이민호는 같이 성장해나간다고도 할 수 있다. 드라마 관계자 역시 "다른 드라마를 작업하는 분들 역시 '상속자들'을 많이 보는데, 이민호의 연기에 대해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다. 여기에는 유쾌한 현장 분위기, 또래나 어른,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배우군 등도 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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